“트럼프 시대 역행하면 망합니다…한·일 함께 ‘脫중국’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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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역행하면 망합니다…한·일 함께 ‘脫중국’ 모색해야”

입력 : 2026.06.25 06:01

日싱크탱크 이토추연구소 다케다 아쓰시 대표
“공급망다변화는 허상…韓·日 에너지 협력을”

다케다 아쓰시 이토추연구소 대표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3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다케다 아쓰시 이토추연구소 대표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3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법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 질서를 중시하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국제적 명분을 고수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일본의 대표 민간 싱크탱크인 이토추종합연구소의 다케다 아쓰시 대표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의 글로벌 정세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이해관계’를 제시했다. 이토추연구소는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 그룹 산하에 있다.

지난 23일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다케다 대표는 현재 전 세계 비즈니스 환경을 뒤흔드는 대외 변수들이 결국 미국의 철저한 패권 전략 아래 묶여 있다고 진단했다. 다케다 대표는 “트럼프 관세는 미국이 패권국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며 “지금까지는 자신들이 그 비용을 지불해 왔지만, 이제는 그것을 전 세계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중동 정세와 미국의 에너지·인공지능(AI) 투자 전략 역시 패권을 유지하고 이를 더욱 강화한다는 지점으로 연결돼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다케다 대표는 “지금의 중동 정세는 미국 패권주의에 따르지 않는 이란이라는 국가에 대한 행동”이라며 “과거 이란은 미국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슬람 혁명에 의해 반미 국가로 바뀌었고, 그 원한을 푸는 것이 지금의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패권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이란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미국은 세계 제일의 원유·천연가스 생산국”이라며 “에너지 관련 투자 역시 미국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세계는 새삼스럽게 미국의 강함과 패권국 지위를 재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과 일본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일 기업들이 마주한 공급망 재편 전략에 대해 다케다 대표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정공법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기업에 있어서는 미국의 외교 방침이나 통상 정책에 역행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미국의 방침에 따르고 거스르지 않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기본”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규제 순응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다케다 대표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던 물건을 일본이나 한국이 대신 수입하고 수출해 나가는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급망 재편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는 ‘비용’보다 ‘안정’이 우선시되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케다 대표는 “과거에는 비용 절감에만 치중한 나머지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그 결과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압박을 받으면 공급망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거대한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배웠다”고 회고했다.

유럽이 꺼내 든 ‘위험 분산(디리스킹)’ 카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다케다 대표는 “공급망에서 미국과 중국을 완전히 갈라놓는 결별이 계속해서 중요하다”며 “같은 공급망에 두 나라를 절대 함께 넣지 않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는 “유럽이 한때 관계를 끊지 않는 선에서 위험만 낮추겠다는 방침을 내걸었지만, 결국 중국 의존도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중국산 전기차가 엄청나게 밀려와 유럽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사례를 지목한 다케다 대표는 “비즈니스가 찢어지는 수준의 상당한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공급망 위험은 낮출 수 없다”며 “완전한 분리라는 의식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플레이션과 증시 활황을 맞이한 일본 경제의 체질 개선에 대해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확언했다.

다케다 대표는 “지금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상태로 구조적 전환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 변화가 지속될지 여부를 판가름할 열쇠로는 ‘디플레 의식’의 소멸을 꼽았다. 다케다 대표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에서 탈출한 지 4년이 지났다”며 “디플레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로는 “기업들이 현재 원가 상승을 판매 가격에 전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다만 다케다 대표는 “현재 엔저는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에는 플러스가 되지만, 원자재 가격 등 비용이 증가해 일본의 소득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가 훨씬 더 크다는 논리다. 그는 “일본은 무역 적자국이기 때문에 엔저가 되었을 때 수출이 늘어나는 것보다 수입이 늘어나는 폭이 더 커진다”고 쉽게 풀이했다.

한일 양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경제 동맹을 맺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상호 보완성이 뚜렷한 영역을 공동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꼽은 분야는 ‘에너지’였다. 다케다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자원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에너지 확보는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라며 “협력해서 사들이는 편이 구매력이 높아지고 서로의 조달 루트를 공유함으로써 조달의 폭도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일본 증시 전망과 관련해 그는 한국 투자자들을 향한 조언도 덧붙였다. 다케다 대표는 “상승 원인의 대부분이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의 독주라는 점에서 닛케이는 코스피와 거의 같다고 본다”며 “분산 투자와 일본 경제 전체의 성장에 베팅하고 싶다면 토픽스(TOPIX)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비AI 종목들은 AI 테마 주식들의 아주 좋은 ‘리스크 헤지(위험 분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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