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 오래 걸리면 그냥 관세 정할 것”

3 days ago 8

‘러스트벨트’ 미시간서 취임 100일 연설
“中-인도 등 전세계서 나를 만나러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워런에 있는 매콤 커뮤니티 컬리지 스포츠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행사장에 도착해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보며 춤추고 있다. 2025.04.30 워런=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워런에 있는 매콤 커뮤니티 컬리지 스포츠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행사장에 도착해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보며 춤추고 있다. 2025.04.30 워런=AP 뉴시스
“나는 (관세 협상국에) 예의를 지키고 싶고, 정중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격을 정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워런의 머콤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념 집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일본, 인도 등 우선 협상국과의 합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그는 공격적이고 거친 목소리로 자신의 관세 정책을 적극 옹호했다.

● 통상협상 상대국에 대한 압박 의사 드러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오고 있다”며 “인도, 프랑스, 스페인에서 오고, 중국에서도 온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재차 밝혔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같이 주장한 것.

그는 또 “우린 거래를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며 “우리에게 ‘상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 상품을 갖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 상품의 일부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그냥 가격만 정하면 된다”고 했다. 관세를 앞세워 미국과 통상 협상을 진행 중인 나라들이 조속한 합의에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집회를 연 곳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이다. 주민 중 많은 수가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다. 또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시설이 자리잡은 미시간주는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최근 보수 지지층에서도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시건주를 집회 장소로 택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전 대통령을 “슬리피 조(졸린 조)”라고 조롱하며 “(그가) 1년만 더 집권했어도 이 나라는 사라졌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우리가 급진 좌파를 끝장냈다”고 했다. 고물가, 우크라이나 전쟁, 불법체류자 유입 등의 책임도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자신의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공화당원보다 민주당원을 훨씬 많이 인터뷰하는 ‘가짜 조사’라고 주장했다. 40%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이 “(실제로는) 60∼70%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 중국에 대한 ‘집중 공격’ 이어가

관세 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수십 년간 디트로이트를 망치고 베이징을 키워온 정치인들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제는 백악관에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투사’가 있다”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ABC 방송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우리를 뜯어먹었고, (145% 고율 관세는) 그들이 자초했다”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매기는 건 사실상 금수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고관세 여파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이 관세를 흡수할(eat)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인 중국이 관세 부담을 떠안을 거라는 얘기다. 경기 침체 경고에 대해서도 “나는 유세 기간부터 ‘전환기’를 예고했다”며 “다들 힘든 시기를 예견하지만 나는 (결국) 좋은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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