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방아쇠 당긴 관세 전쟁[이창수의 영어&뉴스 따라잡기]

3 weeks ago 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국가별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고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국가별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고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요새 가장 큰 경제 뉴스라면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을 지핀 ‘관세 전쟁(tariff war)’이다. ‘전쟁’이란 말이 실감날 만큼 외신 보도를 보면 전쟁에서 유래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트럼프 관세의 표적이 되는 것을 “중국이 트럼프 관세의 십자선에 들어가 있다(China is in the crosshairs of Trump’s tariffs)”처럼 표현한다. crosshair는 소총 조준기의 십자선으로, ‘십자선 안에 있다’는 타깃이 됐다는 뜻이다. 관세를 맞은 국가는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는데, 보복을 ‘대응 사격하다(fire/strike back)’라고 표현한다. “중국은 동등한 관세로 대응 사격할 준비가 돼 있다(China is ready to fire back with corresponding tariffs)”와 같이 쓴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발표하며 “오늘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트럼프 관세는 미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backfire on the US economy)”라고 경고한다. backfire는 총의 화약이 뒤쪽으로 터지는 것을 말한다. 같은 의미로 “트럼프 관세가 제 얼굴에 먹칠할 수도 있다(blow up in his own face)”라는 표현도 있다. 던지려던 폭탄이 자신의 얼굴 앞에서 터지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CNN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네가) 그만두지 않으면 내 발에 총을 쏘겠다는 협박 정책(This is a stop-or-I’ll-shoot-myself-in-the-foot kind of threat policy)”이라고 비판했다. ‘자기 발에 총을 쏘다’는 우리말에 ‘자기 발등 찍다’에 해당하는데, 여기에도 총이 등장한다. 총기가 일상의 일부인 미국 문화를 반영하는 표현들이다.

트럼프 관세가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평균 미국인들이 고물가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Average Americans are likely to bear the brunt of higher prices)”이란 전망이 나온다. brunt는 ‘충격의 가장 큰 타격’을 의미한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fears that tariffs could fan/fuel/stoke inflation)”도 퍼지고 있다. ‘부채질하다’는 영어에서도 fan이란 동사를 쓰지만 fuel(연료를 공급하다), stoke(불쏘시개로 쑤셔 불을 돋우다)도 알아두면 좋은 세련된 표현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are bracing for the impact of tariffs on prices). 보통 ‘대비하다’라고 하면 prepare for를 생각하지만 이런 맥락에서 brace for가 제격이다. brace는 충격에 대비해 지지대를 잡거나 몸의 근육을 긴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철과 같이 강하게 마음먹고 대비하다는 뜻으로 steel themselves for를 쓸 수도 있다.

이들의 대비는 현지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서둘러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놓고(are rushing to stock up on essentials ahead of the tariffs)” 있다. 3월 미 자동차 판매량이 갑자기 급증했는데 이는 “관세 때문에 미래에 자동차 가격이 불확실해지기 전에 차를 사려는(are trying to get ahead of future uncertainty surrounding auto pricing levels)” 수요가 몰린 까닭이다. 아울러 “미국인들은 소비를 줄이고(are cutting/pulling back on spending)” 있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Consumer sentiment sank to/plunged to/hit the lowest in four years)”고 한다.‘collateral damage’(부수적 피해)란 표현이 있다. 군사적 충돌에 따른 뜻하지 않은 민간인 피해를 이르는 말인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우리 속담과 유사하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 등을 주 타깃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한국이 ‘트럼프의 십자선’ 안에 들어갔을 뿐 아니라 EU 등보다 높은 관세율을 맞았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모양새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