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먹잇감 된 ‘장애인 특별공급 아파트’
명의 빌려 분양 가로챈 일당 검거
5년간 분양가 총액 208억 달해
청각장애인 명의로 장애인 특별공급 아파트 30여 채를 불법 분양받아 되판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이 2020년 6월부터 5년여간 불법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분양가 총액만 20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주택법 위반 혐의로 50대 남성 브로커 김모 씨를 구속하고 모집책 3명과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청각장애인 36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브로커는 전국에 지역별 모집책을 두고 나이, 무주택 기간,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해 청약 당첨 확률이 높은 장애인을 선별해 특공 신청에 동원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장애인 특공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받은 분양권 중에는 분양가와 입주권의 차액(프리미엄)만 13억 원에 달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고가 아파트도 있었다. 브로커는 전매제한 기간에 분양권을 직접 관리하다가 건당 수천만 원의 웃돈을 받고 되팔아 총 4억7000만 원을 챙겼다. 아직 전매제한 기간이라 이 브로커가 팔지 못한 아파트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넘겨진 청각장애인들은 명의를 빌려주고 최대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특공’ 악용 일당 검거
“명의 빌려주면 돈 주겠다” 유인… 모집책 두고 청약 신청땐 함께 가
웃돈 얹어 팔아 4억7000만원 챙겨
강남 등 20채는 전매 규제에 못팔아
● 장애인만 노려 전매 수익 4억7000만 원
김 씨는 특공 당첨을 위해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식으로 청각장애인들에게 접근했다. 먼저 전국 각지에 청각장애인의 명의를 빌리기 위한 모집책을 두고 1명을 모집할 때마다 300만 원을 줬다. 모집책들은 각지의 청각장애인 친교 모임 현장 등을 방문해 장애인들과 안면을 텄고 “명의를 빌려주면 500만∼2000만 원을 주겠다”며 유인했다. 명의를 빌려주겠다는 장애인에게 “신분증 사진 보내면 자격이 되는지 파악하겠다”고 한 뒤 나이와 무주택 기간,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해 당첨 확률이 높은 이들만 걸러냈다.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청약 신청 시 명의를 빌려준 장애인과 동행했다.
김 씨 일당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부산 등 전국에서 30여 채의 아파트를 불법으로 분양받았다. 분양가 합계는 208억 원. 이 중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10여 채는 웃돈을 얹어 되팔아 4억7000만 원의 수익을 챙겼다. 다만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비롯한 20여 채는 전매 기간이 지나지 않아 거래하지 못했다.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지 않았다면 더 큰돈을 챙겼을 것으로 풀이된다.
● 부동산 범죄 단속서 8개월간 2621명 검거
검거된 사람 중 장애인 특공 불법 분양 등 부동산 공급 질서를 교란한 이는 537명으로 전체의 20.5%에 달했다. 이 중 구속된 4명을 포함해 206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병우 경기북부경찰청 수사과장은 “부동산 시장 질서 교란 행위는 공동주택의 공평하고 효율적인 공급을 해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의 내 집 마련 희망을 짓밟는 범죄 행위”라며 “국민의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불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했다.
의정부=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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