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한 삼성에 '안도'…산업계 '과도한 성과급' 확산엔 선긋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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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피플팀장(부사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피플팀장(부사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끝까지 조정 역할 맡아주신 정부와 관계자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동안 흔들림없이 함께해주신 조합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20일 회사와의 잠정 합의안 서명 자리에서 "내부갈등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하루 앞둔 이날 밤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예고됐던 총파업은 일단 유보됐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초유의 파업 사태가 현실화하기 일보 직전에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관문만 남기고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경기 수원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양측은 앞서 지난 18~20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이어졌지만 이날 오전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중재로 오후에 교섭이 재개됐고, 이 과정에서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서면서 극적으로 잠정 합의가 성사됐다.

이번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넘게 이어진 노사 갈등도 마무리될 전망.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잠정 합의 직후 조합원 대상 투쟁지침을 통해 "5월21일~6월7일 총파업은 추후 별도 지침 시까지 유보한다"고 공지했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투표를 통과해야 합의안이 최종 확정된다.

노사는 성과급 배분 방식을 놓고 줄다기리를 이어왔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부문 전체가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이 경우 적자 사업부 임직원도 연간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성과주의 인사 원칙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은 막판 교섭 끝에 60%를 DS부문 흑자사업부에, 나머지 40%는 DS부문 전체 몫으로 합의했다. 적자 사업부에 대한 차등은 1년간 유예하고 2027년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공통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했다.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은 기존 지급방식을 유지한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는다. OPI 1.5%를 합산하면 총 12% 수준의 성과급 지급안에 합의한 셈이다. 특별경영성과급 지급률 한도는 별도로 두지 않는다. 기존 OPI 상한과 별도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엔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회사가 정한 조건에 따라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지급된 주식은 세 갈래로 나뉜다. 즉시 매각 가능분이 3분의 1, 1년간 매각 제한분이 3분의 1, 2년간 매각 제한분이 3분의 1이다.

DX부문과 CSS사업팀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임금협약에는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적용이 포함됐다. 무주택 조합원을 위한 사내 주택대부 제도 시행, 자녀출산경조금과 샐러리캡 상향, 변형교대 지정근무·지정휴무 보상 개선 등 복리후생 개선안도 담겼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1

여명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은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임직원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노력해주신 노조와 도움 주신 정부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잠정 합의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며 "회사는 이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노사 상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회사 측도 별도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는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며 "뒤늦게나마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국민과 주주, 고객 여러분의 성원, 정부의 헌신적인 조정 그리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임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겸허한 자세로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기업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더욱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도 파업을 피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 직후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경총은 "이번 합의는 반도체 경쟁 심화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엄중한 경영 환경 속에서 파업을 막기 위해 노사가 한발씩 물러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다만 경총은 이번 합의가 산업계 전반의 성과급 요구로 번져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경총은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향후 노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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