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아니라 바람을 그렸다 … 풍경 너머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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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파도가 아니라 바람을 그렸다 … 풍경 너머의 제주 강요배 개인전 '소소, 반색'학고재서 신작 28점 선보여폭포·파도·구름·나무 통해화폭에 감정과 시간 길어 올려"그림은 모르는 나 끄집어내" 강요배 '창파(滄波)', 2015, 캔버스에 아크릴, 197×333㎝. 학고재 갤러리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화면에 담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모든 화가가 짊어진 숙명과도 같다. 제주 출신의 민중 미술 1세대 거장 강요배 화백(74) 역시 그러하다. 제주의 평범한 풍경을 그리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감정과 역사의 상흔, 응축된 시간이 배어 있다. 그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서 4년 만에 개인전 '소소, 반색'을 열며 신작 28점을 선보인다. 올해 화업 50년을 총망라한 그의 회고전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면 가득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그린 두 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제목은 24절기 중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小暑)'와 가장 더운 '대서(大暑)'다. 작가는 사방으로 물줄기가 튀는 폭포를 그렸지만 제목이 암시하듯 정작 표현하고자 한 것은 한여름 무더위가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다. 이 물줄기를 타고 전시장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500호 크기의 대작 '창파'와 마주하게 된다. 그 맞은편에 걸린 '영등바람'이라는 제목의 작품 역시 제주의 거친 파도를 포착한 그림이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파도를 요동치게 만드는 '바람'이다. 화면 한쪽에 유채꽃처럼 피어난 샛노란 빛깔에는 세상을 향한 거장의 따뜻한 바람이 투영돼 있다. '영등바람'은 봄철 '꽃샘추위'의 제주식 표현이다. 제주 사람들은 비바람의 신인 '영등할망'이 보름 동안 머물며 심술을 부리는 바람으로 여겼다. 흥미로운 점은 영등할망이 거센 바람을 일으켜야만 바다의 소라, 전복, 미역 씨가 사방으로 번지고 땅의 곡식이 풍성해진다고 믿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해녀들은 물질을 멈추고 이 거친 바람을 경건하게 맞이했다. 또 다른 작품 '남으로'도 보이지 않는 바람이 주인공이다. 제주 서쪽 하늘의 석양을 배경으로 북에서 남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구름을 그렸다. 작가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자기가 모르는 자기를 끄집어내는 거예요. 내 마음에 없는 것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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