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숨은 모습 찾기…골목과 사람 담은 51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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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파리’(#paris)를 검색하면 사진과 영상이 약 1억5000만 건 쏟아진다. 이 게재물들은 아무래도 에펠탑이나 루브르 피라미드, 퐁네프 다리 등 유명 관광지를 찍은 게 다수다. 하지만 세계에서 몰려드는 도시인 파리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가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는 한국 작가 3명을 포함해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등 51명의 작품을 보여준다. 특히 1972년 퐁피두센터 창립팀에 합류하고, 1981~2006년 사진부를 설립·운영하며 20세기 사진 컬렉션을 구축한 큐레이터 알랭 사약이 협력 기획자로 참여했다.

전시는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 쓰레기가 나뒹구는 밤 풍경 ‘장-앙리 파브르 거리, 생투앙’으로 시작한다. 사진가들은 명소 대신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도시 주변부의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기후 위기 등 오늘날 파리가 마주하는 현실을 그려낸다.

물론 퐁네프와 몽마르트르 언덕, 노트르담 성당을 담은 사진도 있다. 대신 풍경의 절반을 흐릿한 여성의 얼굴로 가려버리거나(베르나르 데스캉), 불길에 휩싸인 노트르담과 그것을 허망한 듯 바라보는 파리 사람들을 원경에서(그레구아르 엘루아, 마르탱 도르주발) 담아 익숙하지 않은 순간을 마주하게 만든다.

스마트폰과 모니터로 손쉽게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지만, 이 전시의 백미는 다양한 사진 기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헬리오그래피(역청 인화), 검 바이크로메이트(고무 인화), 젤라틴 실버 프린트(흑백 은염 인화) 등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법과 금속판, 실크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업이 사진의 물리적 특성을 극대화한다.

확대기를 사용하지 않고 대형 필름으로 풍경을 기록해 똑같은 사이즈로 인화하는 ‘흑백 밀착 인화’로 탄생한 보그단 코노프카 작가의 파리 풍경은 수십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디지털 시대에 보기 드문 기법으로 제작한 사진들을 가까이서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라고 말했다.

사약 큐레이터는 “파리 주변부의 쓸쓸한 풍경에서는 작은 디테일로 드러나는 긴장감을, 은유적으로 도시를 포착한 장면에서는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며 “도시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담은 사진부터 작은 기념품을 통해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의 순간을 드러내는 작품까지 파리의 ‘또 다른 빛’을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6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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