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대형마트를 찾아 차를 몰던 소비자들이 이제 집 앞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다. 필요한 만큼 가까운 곳에서 즉시 해결하려는 근거리 장보기 문화가 안착하면서, 편의점이 대형 유통 채널의 신선식품 수요를 일정 부분 대체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BGF리테일의 편의점 CU는 최근 채소, 과일 등 식재료 카테고리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CU는 기존의 소형 점포 구조에서 벗어나 50~60평대 중대형 점포를 기반으로 한 장보기 특화 매장 '스마트 그로서리'를 선보이며 점포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난 5월 경기 수원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한 달 만에 서울 마포구에 2호점(신촌피어점)을 열었다. 해당 매장은 전체 매출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로 일반 점포(약 2%)의 10배에 달하며, 전국 씨유 점포 가운데 상위 1%의 식재료 매출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 지난 29일 기자가 방문한 2호점은 일반 편의점의 외형을 탈피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수준의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매장 입구의 '무인 과일냉장고' 자판기에서는 컵수박(180g, 3900원), 멜론 등 1인용 컷팅 과일을 카드로 즉시 결제해 꺼낼 수 있었다. 맞은편에는 참외, 복숭아 등 원물 과일 코너가, 냉장 쇼케이스에는 소포장된 오이, 애호박과 돼지고기, 닭고기 등 정육 제품이 채워져 있었다. 안쪽 상온 식자재 코너 역시 진간장, 조선간장, 백설탕, 갈색설탕 등 조미료 종류를 세분화해 일반 슈퍼마켓 수준으로 늘린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편의점업계가 일제히 신선식품 특화 매장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오프라인 출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우량점 중심의 체질 개선'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4사의 총 점포 수는 5만3266개로 1988년 국내 편의점 도입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전년 대비 1586개 하락)세를 기록했다. 성장 포화 우려가 제기되자 업계는 저수익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는 효율화 작업을 단행했고, 올해 들어 1~2인 가구 밀집 지역 등 고매출 우량 입지를 타깃으로 다시 출점 시동을 걸며 반등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올해 CU는 전체 점포 수가 약 300개 순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GS25 역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구조조정을 마친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우량 상권을 중심으로 출점 재개에 나섰다. 무조건 점포 수만 늘리던 과거의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확인되는 핵심 입지에 신선식품 등 차별화 콘텐츠를 채운 '특화 매장'을 내는 질적 성장이 주류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효율화 작업을 통한 비용 구조 개선이 맞물리면서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4%, 39.2% 증가했다.
일찍이 관련 시장 선점에 나선 GS25의 경우 2021년 부산수영현대점을 시작으로 신선 강화형 매장(FCS)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올해 1분기 말 기준 점포 수는 836개에 달한다. 해당 매장들은 SSM인 GS더프레시와의 통합 구매 인프라를 활용해 현재 약 2000종의 신선식품 라인업을 가동 중이다. 일반 매장 대비 신선식품 매출이 약 10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화 매장의 경우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GS25는 선도 유지를 위해 콜드체인을 적용하고 소용량, 합리적 가격의 특화 상품과 사전예약, 픽업 서비스 등 온·오프라인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역시 특화 상품군을 앞세워 우량 입지 선점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상권 변화를 반영한 고매출 점포 위주의 신규 출점 전략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그룹 내 대형 유통 계열사와 소싱 협업을 강화해 신선식품 자체 브랜드(PB)인 '신선을새롭게' 매장을 연내 200개 이상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24 역시 당근 등 로컬 플랫폼을 활용해 특화 점포의 초기 안착을 지원하는 한편 과일, 채소, 정육, 계란 등 59종의 장보기 전용 상품군을 가동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첫 점포 감소를 겪은 편의점 업계가 1인 가구의 장보기 수요를 겨냥한 체질 개선을 발판 삼아 실적 반전에 나섰다"며 "단순히 물건을 사는 편의점을 넘어 마트의 영역이던 식재료를 소용량, 소포장 형태로 흡수하는 특화 매장 고도화가 향후 업계의 주요 생존 방정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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