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대신 복지 배달합니다”…96세 나홀로 어르신 챙기는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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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대신 복지 배달합니다”…96세 나홀로 어르신 챙기는 집배원

우체국 ‘안부살핌 소포’ 서비스
홀로 사는 어르신 안부 살피고
건강· 거주 상태 지자체에 전달
고립가구엔 매달 생필품 배송

지난 3일 부천우체국 우석황 집배원이 부천 원미동의 한 독거노인 가정에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지난 3일 부천우체국 우석황 집배원이 부천 원미동의 한 독거노인 가정에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지난 3일 경기 부천시 한 임대아파트 앞. 부천시에서 23년간 우편 배달 업무를 해온 우석황 집배원은 두 손으로 든 소포에 적힌 주소를 여느 때보다 꼼꼼히 봤다.

“아유 오셨어. 어서 들어오세요.” 소포 수령인 김천관 씨(가명·64)는 활짝 웃으며 우 집배원을 맞이했다. 5~6평 남짓한 김씨 거주지에는 작은 밥상과 선풍기가 있었고, 냉장고 위에는 라면 봉지가 쌓여 있었다. 12년째 홀로 살고 있는 김씨는 면역질환으로 좌식 생활이 어려워 온종일 누워 있거나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게 일과의 전부다. 김씨는 “거동이 불편해 밖에 나가기도 힘든데, 정기적으로 찾아와 안부를 물으니 매번 반가운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우정사업본부는 김씨처럼 사회적 고립 위기에 처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2024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안부살핌 소포’를 전달하고 있다. 집배원이 사회적 고립 가구에 월 2회 생필품을 배송하며 직접 안부를 확인하고, 수취인의 건강·거주 상태를 지자체에 전달하는 공공사업이다. 정보를 받은 지자체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 집배원은 다음 배송지를 향해 부천시 원미동 골목길로 들어섰다. 우 집배원은 “수십 년 같은 지역을 다니다 보면 동네별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된다”며 “길에서 만난 할머니가 어디에서 홀로 사시는지 알거나, 골목 시장에서 만난 주민들과 서로 알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3일 우석황 부천우체국 집배원이 ‘안부살핌 소포’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3일 우석황 부천우체국 집배원이 ‘안부살핌 소포’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곧이어 우 집배원이 찾은 곳은 골목 안 반지하 주택. 이곳에 홀로 사는 김순임 할머니(가명·96)는 거동이 불편해 집 밖에 나가기도 어려울뿐더러 직접 식사를 해결하기도 힘들다. 우 집배원이 김 할머니에게 소포를 건네며 “요즘은 어디가 아프세요, 끼니는 챙겨드시나요”라고 묻자, 김 할머니는 “요새는 밥맛이 없다. 이렇게 힘써 챙겨주니 고맙다”며 웃음을 지었다.

매일 같은 골목을 도는 집배원은 이렇게 홀로 사는 주민의 안부를 살피는 ‘이웃’이 되고 있다. 배달을 계기로 문 앞에서 얼굴을 확인하고 안부를 건네는 사이, 복지 사각지대의 이상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공공 복지의 최전선 역할을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사업은 2024년 전국 15개 지자체 참여로 시작돼 올해는 56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다루는 우편 물량도 2024년 3만1793건에서 2025년에는 6만9034건으로 늘어났다.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소포에 담긴 생필품. 우정사업본부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소포에 담긴 생필품. 우정사업본부

반면 우체국이 취급하는 통상 우편물은 정보기술(IT) 발전과 맞물려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우편 물량은 약 24억6000만건으로, 10년 전인 2015년에 비해 38.8% 줄었다. 이에 적자 폭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체국이 ‘공공서비스 전달창구’로 역할을 재정립하며 새로운 업무 영역을 창출하고 있다.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외에도 우체국은 여러 기관과 협력한 복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부천시와는 별도 증빙·신청 절차 없이 생계가 어려운 주민에게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하는 ‘찾아가는 그냥드림’ 사업을 지난 6월부터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의 생활 실태와 안부를 확인해 이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고립·은둔청년 모니터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집배원 네트워크와 지자체 복지정책을 결합해 집배원이 ‘복지메신저’로서 위기 가구를 선제 발굴하고 안부를 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자체와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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