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밤베르크 심포니 상임지휘자 야쿱 흐루샤의 오케스트라 사무실. 흐루샤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측과 바바라 해니건의 만남을 주선했고, 그 계획은 올해 축제에서 실현됐다.
81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라하의 봄 축제. 루빈스타인, 로스트로포비치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명연을 펼친 이 축제의 프로그램과 아티스트 선정을 책임지는 예술감독 요세프 트르제슈티크(Josef Třeštík)를 프라하 루돌피눔에서 만났다. 프라하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프라하 라디오 교향악단 음악감독(2015~2022)을 거친 그는 2019년부터 이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글자만 보면 '가능할까?' 싶은 프로그램인데, 무대에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축제 프로그램은 예술감독 개인의 판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야쿱 흐루샤 위원장이 이끄는 축제 위원회가 연 3회 이상 긴밀한 논의를 거쳐 선정한다. 어느 한 사람의 취향이 아닌 전문 집단의 안목 위에 축제가 서 있다. "제가 7년 전 축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상주 음악가로 가장 섭외하고 싶은 인물로 해니건을 꼽았습니다. 비로소 7년 만에 꿈이 이뤄졌습니다."
그는 전통의 축제를 이끌면서도 신선한 시도를 더하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클래식 명작들과 현대적인 프로그램 간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종이에 적힌 프로그램만 보면 '이게 뭐지? 미쳤나?' 싶을 정도로 특이한 조합을 시도하는 것은 이 축제 프로그래밍의 DNA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막상 공연장에서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설득력이 생기죠. 음악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고, 음악적으로 말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프라하의 봄 축제는 정통 클래식에 치중한 축제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고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성악곡부터 오케스트라까지 모든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81년째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오는 핵심 경쟁력이다.
올해 야쿱 흐루샤 지휘의 체코 필하모닉 공연이 그 DNA를 보여준 대표 사례다. 레오시 야나체크의 오페라 <운명> 모음곡, 20세기 후반 체코 작곡가 루보시 피셰르의 작품, 벨라 바르톡의 <놀라운 만다린>이 한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 프로그램이 공개되자 체코 필의 수석 첼리스트가 "이게 가능한가요"라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막상 들어보니 정말 잘 어울린다며, 이 연주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단원들의 얼굴 표정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죠."
해니건과 진은숙, 무대가 된 꿈
해니건은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와의 리사이틀, 벨체아 콰르텟과의 실내악, 오페라 <인간의 목소리>, 체코 필과의 협연까지 전방위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그중 6월 2일 체코 필과의 공연은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해니건은 조지 거슈윈의 <걸 크레이지>에 맞춰 반짝이는 무대복을 입고 노래와 지휘를 동시에 했다. 뮤지컬 같기도 하고, 클래식 공연장과 재즈 클럽 같은 분위기까지. 클래식 공연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최대치의 스펙트럼이었다. 악기를 연주하던 체코 필 단원들이 직접 노래를 불렀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녀는 오케스트라가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어요. 그것도 체코 필하모닉 단원들을요. 믿을 수 있나요? 이는 대부분 지휘자들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무대 위의 단원들은 아주 힘차게,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더군요."
상주 작곡가로는 한국의 진은숙이 초청됐다. 축제의 현대음악 플랫폼 '프라하 오프스프링(Prague Offspring)'을 통해서다. 앙상블 모데른을 상주 앙상블로 두는 이 프로그램은 올가 노이비르트,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하스, 조지 벤자민 등 동시대 최고의 작곡가들을 해마다 초청해왔다. "앙상블 모데른 측에서도 그녀와 작업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했고, 우리가 가져오고 싶었던 음악들이 많았습니다. 몇 년간의 논의 끝에 성사됐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 신구의 조합
축제 아티스트 선정의 첫 번째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무조건 세계 최고 수준일 것. 올해는 사이먼 래틀, 다니엘레 가티, 클라우스 메켈레, 라하브 샤니 등 지휘 거장과 신예를 아울러 초청했다. 유명한 이름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프라하는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도시라 특정 지휘자들이 자주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축제땐 프라하에 자주 오지 않는 지휘자들을 찾습니다."
클라우스 메켈레의 경우 이번이 프라하에서 두 번째 공연이었고, 첫 무대는 3년 전 이 축제에서였다. 올해 악단은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닉, 로테르담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참여했다.
축제는 이미 내년 프로그램을 상당 부분 확정해뒀고, 2028년 이후 기획도 시동을 걸었다. 그는 "앞으로는 유럽이 아닌 미국 오케스트라들도 많이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축제가 새롭게 구상 중인 '상주 오케스트라 제도'도 눈길을 끈다.
"오케스트라가 단 하루 저녁만 왔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프라하에 얼마간 머물게 된다면, 오케스트라와 도시, 관객 간의 관계가 더 깊고 강해집니다. 그것이 저희가 원하는 바입니다." 해외 오케스트라 초청 콘서트, 피아노 페스티벌 등 기존 축제의 확장, 프라하 외곽으로의 공연 확대, 소규모 집중 테마 페스티벌 신설 등도 고려중이다.
끝으로 그에게 축제가 남기고 싶은 유산을 물었다. "'와, 정말 멋지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음악이 있었네'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새롭고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관련 기사] 81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프라하의 봄 축제'
▶▶▶[관련 기사] 프라하를 물들인 진은숙 "30년의 궤적, 동서양의 경계없는 저만의 음악"
▶▶▶[관련 기사] '소프라노 겸 지휘자' 바바라 해니건 "한강 작가의 <흰> 노래, 특별한 경험"
프라하=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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