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템플턴 수석 전략가 "美 정권 바뀌어도 관세 유지…달러 약세는 정상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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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템플턴 수석 전략가 "美 정권 바뀌어도 관세 유지…달러 약세는 정상화 과정"

“미국 민주당이 집권해도 관세는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좌파 진영도 일부 관세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수석 시장전략가는 22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행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없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견해에 대한 의견이다.
도버는 또한 최근 미국 달러 약세에 대해선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팬데믹 이후 달러 가치가 과대평가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가 있는 국가는 약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역적자가 없는 상태’입니다. 관세는 단순히 ‘증상’일 뿐이고, 본질은 아닙니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가 소비로 이뤄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소비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꾸고 싶어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은 “소비자는 줄이고, 생산 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는 일종의 도덕적 원칙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무역 전쟁의 중심엔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반대입니다. 중국은 소비 비중이 작고 수출 중심이죠. 사실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었더라도, 미국과 세계 경제는 이미 변화할 상황이었습니다. 달러 가치는 너무 높았고
미국의 재정적자도 너무 컸으며 중국의 과도한 수출이 전 세계와 미국 경제를 해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는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는데, 트럼프가 그것을 매우 빠르게, 한꺼번에 몰고 온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무역적자와 군사적 지원을 이용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문제들을 재협상하려고 합니다. 다만 한국은 중국과 다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우방국’으로 봅니다. 한국을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트럼프 행정부 내) 없습니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일부 사람들이 ‘우방이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지정학적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죠.”

▶중국이 지금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타개할까요.
“중국은 수출을 늘리고 생산을 대규모로 확장하는 반면, 미국은 그것을 억제하려 합니다. 양국 간 충돌이 있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은 소비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입니다. 한국도 약간은 소비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강달러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장인 스티브 미란의 논문을 보셨나요. 그는 지난 11월 논문에서 ‘미국이 관세 위협과 안보 지원을 미끼로 외국이 달러 대비 자국 통화를 절상하도록 설득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입장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팀 일부는 달러 약세를 선호합니다.”

▶일각에선 미국의 기축통화국 지위가 흔들린다는 평가도 합니다.
“현재 달러는 과대평가 되어 있습니다. 달러 가치가 10%에서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달러 약세가 된다고 해서 기축통화 지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기축통화는 유지되지만, 시장에서는 약한 달러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중국이 예상보다 오래 버틴다면 어떻게 될까요.
“중국은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더 잘 준비되어 있고, 전략적으로도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치밀합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8년 전부터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준비해왔고, 생산 거점을 전 세계로 분산시켰습니다. 이 싸움에는 명확한 승자는 없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보면 중국이 꽤 잘 버틸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결국 내수(소비)를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충분히 내수를 키울 역량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트럼프 관세 자체보다 불확실성을 더 우려합니다.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미국의 강점은 늘 법률 체계의 확실성이 있었던 것인데,
지금은 그것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더 확실한 답을 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통일된 방향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 개정이 아닌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한 점도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법원이 “이건 비상사태가 아니다”고 판결하면, 관세 부과 권한은 다시 의회로 돌아갑니다. 원칙적으로, 관세는 의회의 권한입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상대방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해야 하는 셈입니다. 기업들은 매우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 기업들은 이런 유연성에 매우 뛰어납니다.”

▶정권이 바뀌면 관세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모든 관세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 좌파 진영도 일부 관세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만약 성공해 미국에 제조업이 돌아온다면 이를 감당할 노동력은 충분합니까.
“노동력 자체도 부족하지만, 교육 수준이 더 큰 문제입니다. 과거(1940~50년대)에는 고등학교 졸업만으로 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현대적 생산라인에선 더 높은 기술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교육 훈련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자동화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또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경우, 현지 인력을 직접 훈련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뉴욕증시에서 매그니피센트7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은 여전히 성장성과 기회가 탁월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들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원할 것입니다. 다만, 테슬라는 지금 브랜드를 망쳤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이 대형 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할 것입니다.”

▶앞으로 12개월 동안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중 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가장 큰 위험이죠. 채권 시장, 달러, 주식 시장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꼬리 위험(tail risk)’이라고 부르는 상황입니다. ”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제 조언은 ‘상황을 잘 모를 때는, 포지션을 크게 움직이지 말고 중심을 잡아라.’ 입니다. 지금은 대규모 매수하거나 매도할 때가 아닙니다. 기존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소폭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투자자들은 매그니피센트7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미국 시장에는 계속 투자하되, 종목을 더 다양하게 분산할 것을 권합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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