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분만 투자하면 스트레스 풀려요"…2030 직장인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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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가 필사하는 모습을 생성한 이미지.

챗 GPT가 필사하는 모습을 생성한 이미지.

직장인 이정연씨(31)는 요즘 매일 아침 회사에 조금 일찍 출근해 5분씩 필사를 한다. 시집을 한 권을 자리에 두고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 이씨는 “아침에 출근해 시집 한 구절을 베껴 쓰면 진정으로 하루를 시작한 기분”이라며 “마음을 가다듬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올해부터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하루 5분 필사’가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시집이나 산문은 물론 자기계발서부터 판결문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짧은 글을 필사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필사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은 젊은 세대의 수요를 노린 이른바 ‘필사 과외’까지 등장했다.

30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올해 1~4월 출간된 필사 관련 서적은 163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권) 대비 3.8배 증가했다. 전통적인 시집, 에세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감을 필사 대상으로 쓰이고 있다. 시집, 에세이, 종교서 등 기존에 인기를 끌던 문학, 종교 관련 서적 뿐만 아니라 외국어, 경제 서적 등 자기계발서 등으로 대상이 넓어지는 추세다. 최근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결정문을 필사하는 책도 인기를 끌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짧은 글을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한 필사 노트, 에세이형 필사집의 판매가 꾸준히 증가 중”이라며 “다양한 종류의 필사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젊은 직장인들은 손으로 글을 쓰는 느린 행위를 통해 디지털 피로를 달래고 있다. 하루종일 키보드와 스마트폰에 시달리다 마음을 가다듬는 용도로 필사를 선택하고 있다. 직장인 강모씨(29)는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하루 5분을 목표로 해 부담 없이 시작했다”며 “뜨개질처럼 일부러 손을 쓰게 해서 핸드폰으로부터 벗어난 시간을 가지려 하는 취미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필사를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수요층을 노린 과외도 등장했다. 필사 커리큘럼을 짜주고 꾸준하게 필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수업이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아동 대상 필사 수업도 생겨나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독서나 명상과 결합해 필사를 함께 하는 모임을 만들거나 SNS에 해시태그를 달아 인증하는 흐름도 나타나는 추세다.

필사 열풍과 함께 펜과 노트 등 문구류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필사 장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질좋은 종이와 펜, 자 등 값비싼 문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지난 1~2월 문구·사무용품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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