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넬슨 미네르바대학 설립자
방대한 정보 무제한 제공돼
‘제너럴리스트’ 필요한 시대
미네르바 학생들 발표 대상은
어린이부터 정치인까지 다양
질문 답하며 문제 해결력 키워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잘 묻고 신속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방대한 정보가 무제한 제공되기 때문이죠. 미래 교육은 이러한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꼽히는 미네르바대학과 교육기업 미네르바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벤 넬슨 대표(50)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AI 시대를 맞아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방식으로 교육받은 학생들은 과거 대비 월등하게 늘어난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기 십상이다. 이를 이해하고 빠르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 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뒤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개교한 미네르바대는 캠퍼스와 강의실 없이 학생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장 실습’을 하는 혁신적 커리큘럼으로 유명하다.
넬슨 대표는 “한 나라의 모든 유권자는 전반적인 문제 해결능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나라의 모든 유권자는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최상위 등급인 A를 받았다고 하자”면서 “어느 나라 인재를 선택할 건가”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암기로 공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AI 시대에는 체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나라가 장기적으로 큰 변화를 이끄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려면 인재를 과목별 시험 성적이나 학위 취득으로 평가하지 않고, 학생이 다양한 학습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넬슨 대표는 “미네르바대는 교수 한 분이 강의한 뒤 다른 분야의 교수들이 지식을 덧붙이고, 또 다른 교수가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며 “과목 간 경계가 없고 평가도 다면적”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미네르바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똑같은 글을 읽은 후 6세 어린이, 고등학생, 정치인, 일반인 등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학생들이 직접 강의를 해보며 주제를 더 잘 이해하고 비판적 질문에 대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는 “청중에 대한 이해 등 미네르바에서 강조하는 핵심 역량 하나하나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핵심 역량 100여 개가 모이면 어떤 문제든지 본인이 직접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문제 이해도가 높아지고 문제 해결이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네르바대는 대학 과정뿐 아니라 고교 과정, 나아가 중학교 과정에서도 교육 혁신을 추진 중이다. 그는 “미네르바 스쿨의 고교 과정인 ‘미네르바 바칼로레아’에서 더 나아가 중학교 1학년 때 시작할 수 있는 ‘미네르바 전 과정 도입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대선을 앞둔 한국을 향해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교육 개혁의 좋은 밑거름”이라면서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은 ‘맞냐 틀리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부분에 대한 평가가 전체적인 학습 경험을 대표한다고 믿으며, 교육의 궁극적 목표를 학위 취득으로 여기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서울대, 하버드대에 가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지, 진정한 학습 경험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의사가 되고 싶은 수험생 중 의사가 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학위 취득이나 사회적 지위가 중시되는 문화 때문에 인적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교육기관을 만들어 운영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미래 지향적인 사회”라며 “한국 사람들의 응집력으로 좀 더 도전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