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문 연 ‘책방오늘’, 8년 만에 문 닫아
한강, ‘책방오늘’ 마지막날 찾아와 낭독회 사회
한강 “손님들 삶에 책방이 같이 흘러가는 느낌”
“서점서 낭독회 함께하는 우리의 감각이 좋았다”
차기작엔 “많은 것 불안정성 속…언젠간 할 수 있기를”
좀처럼 언론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한강은 마지막 낭독회 사회까지 직접 맡아 “손님이 없었으면 서점을 완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책방오늘’은 이날 마지막 낭독회를 끝으로 8년의 문을 닫았다.
201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문을 연 뒤 2023년 서촌으로 자리를 옮긴 이곳은 낭독회와 독서모임, 읽기·쓰기 강좌, 공연과 전시를 이어가며 책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온 공간이다. 현재 한강은 경영에서는 물러났지만 사내이사로 서점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한강은 마지막 낭독회를 앞두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책방의 마지막이) 아쉽지만, 영원하지 않아서 아쉽기보다 지난 8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낭독회, 독서클럽, 읽기·쓰기 강좌, 공연·전시 등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그때마다 손님들과 따뜻한 시간을 지난 8년 동안 지속해서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개관을 준비하던 어느 여름밤을 떠올렸다.“책방을 열기 위해 인테리어를 처음 해보기도 하고, 책장이 들어오고 처음 책이 배달돼 에어컨이 없어 문을 열고 책을 진열하고 있었는데, 밤 9시 반 정도 마을버스에서 내려 퇴근길에 지나가던 분이 들어와서 방금 제가 꽂은 책을 읽고 계시더라. 책을 진열해두면 서점이 되는구나. 사람들이 들어와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것에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그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손님들의 삶에 책방이 같이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사실들이 매 순간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열정이 더 넘쳐서 소식지를 서점 앞에 두면 동네 주민들이 가져가기도 하고, 이를 돌려 읽으면서 주변 친구들을 데려왔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촌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저자가 먼저 낭독한 뒤 독자가 이어 읽는 ‘메아리 낭독회’를 꼽았다.
“서점에서 낭독회를 함께 하는 우리의 감각이 참 좋았습니다.”한강은 이날 마지막 낭독회 사회도 직접 맡아 독자들과 마지막 시간을 함께했다.
‘책방오늘’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외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진 공간이기도 했다. 마지막 영업일에도 책은 모두 팔려 서가가 비어 있었지만, 책방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폐업 이유에 대해 한강은 “서점이 팔렸기 때문”이라며 “(건물) 세입자가 다 나가게 됐다. 전부 7월 안에 나가는 방향으로 이야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어 빠른 시일 내 새 공간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일단 좀 멈췄다가 정비를 해서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많은 독자들이 기다리는 차기작에 대해서는 “예고하면 좋겠지만 많은 것이 불안정성 속에 남아 있다. 언젠가는 하겠죠.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오후 찾은 책방의 서가는 이미 모두 비어 있었다. 하지만 소설가 김애란, 김연수, 조해진, 최진영 등이 추천한 책 글귀를 읽고 책방의 상징인 수화기를 들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한쪽에 놓인 방명 노트에는 마지막 영업일을 아쉬워하는 글과 한강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가 빼곡히 남았다. 서점 앞에서는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독자들이 오래도록 발길을 떼지 못했다.
3~4년 전부터 이곳을 찾았다는 최정은(61)씨는 “이 동네에 거주하고 있어 산책할 때마다 왔다. 오늘 마지막이라서 찾았다”며 “한강 작가님이 직접 오래 운영해 왔는데 이어지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서점은 못 봤던 것을 볼 수도 있고, 서점을 통해 동네의 다른 곳을 방문할 수도 있다”며 “급변하는 AI 시대에 지역서점은 매우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온 김현정씨는 “노벨문학상 소식 이후 이곳을 알게 됐다”며 “작가 큐레이션과 수화기를 보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책방노트에 ‘나는 왜 이렇게 뒷북을 칠까’를 남기고 왔다”며 “진작 우연히라도 들러 한강 작가를 한 번 봤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한강이 품고 응시하던 생각을 보며 동시대인으로서 자부심도 있고,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다르게 감각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움과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밤 10시 마지막 낭독회가 끝나면서 ‘책방오늘’의 8년도 막을 내렸다. 서가는 비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그 공간을 채운 것은 책보다 사람이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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