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배달음식, 이젠 다회용기에”
서울시, 배달앱 다회용기 주문 운영
여의도-뚝섬 등에 용기 반납 공간도
세척업체, 7단계 세척-살균 등 거쳐
“아직 이용 적어, 시민들 동참 필요”
이 중 한 아이스크림 가게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가게 요청사항’에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를 체크한 뒤 주문했다. 얼마 뒤 공원 내 배달존(배달주문 허용공간)에 도착한 배달 기사는 검은색 도시락 가방을 건냈다. 그 안에는 회색 스테인리스 소재 밀폐 용기에 담긴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크림을 떠먹을 나무 숟가락이 들어 있었다. 플라스틱 그릇이나 비닐 포장은 없었다.
● 한강공원서 다회용기 배달 주문 가능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여의도 벚꽃 축제 등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를 맞아 한강공원에서 ‘배달음식 다회용기 반납함’ 운영을 시작했다. 한강공원에 놀러 온 시민들이 환경 오염과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해 다회용기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편리하게 반납할 수 있도록 전용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운영 장소는 뚝섬한강공원 배달존 2곳과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배달존 3곳 등 총 5곳이다.기자는 이날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검은 도시락 가방에 그려진 QR코드를 통해 다회용기 반납신청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해 인터넷 페이지에 들어가 ‘다회용기 반납하기’를 누르고 반납함 위치를 지정해 신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그릇 뚜껑을 닫고 다시 검은 도시락 가방에 넣어, 배달존 가운데 놓인 다회용기 반납함에 가방째 넣었다. 반납함은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 수 있었다.
이어 한강공원에서 사용한 다회용기를 수거하는 민간업체를 방문해 용기 세척 과정을 살펴봤다. 업체 1층 세척장에서는 직원 15명이 스테인리스 그릇을 옮긴 뒤 세척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애벌 세척 △불림 △고온 세척 △헹굼 △건조 △살균소독 △전수검사 등 총 7단계에 걸쳐 다회용기를 관리하고 음식점에 공급하고 있었다. 그릇 뚜껑 고무 패킹도 일일이 빼내 닦고, 위생 검사인 유기물 오염도(ATP) 측정도 이뤄졌다.
●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고 환경호르몬 걱정 덜고서울시가 다회용기 반납함을 운영하는 이유는 공원 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공원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3184t으로 이 가운데 배달, 포장 음식을 먹는 데 쓰이는 플라스틱 그릇과 수저, 비닐 등이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스테인리스 다회용기 사용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뿐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이나 환경호르몬 염려를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그러나 다회용기 주문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현재 한강공원 5개 반납함 이용수는 하루 평균 20회에도 못 미친다. 떡볶이나 치킨 등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도 다회용기 주문의 저조한 인지도에 한몫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회용기 반납함 수를 늘리고 싶어도 아직 이용 규모가 작다”며 “깨끗한 공원 환경 보호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시민분들께서 배달 다회용기 사용에 동참해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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