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기존의 익숙한 제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건강과 경험적 가치를 더한 상품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식품 경쟁력의 기준이 '새로움'에서 '소비자 경험'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멘텔은 9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푸드 2026' 기조연설에서 올해 글로벌 식음료 시장을 이끌 핵심 키워드로 △복고의 재해석(Retro Rejuvenation) △다양성(Maxing Out Diversity In) △의도적 감각(Intentionally Sensory) 등을 제시했다.
서울푸드는 1983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44회를 맞은 국내 최대 규모 식품 전시회다. 상해·방콕·도쿄와 함께 아시아 4대 식품 박람회로 꼽히며 올해 행사에는 역대 가장 많은 49개국 1800개 식품기업이 참가했다.
이날 기조연설은 멘텔의 코맥 헨리 글로벌 식음료 부문 이사가 맡았다. 그는 '2026 글로벌 식음료 트렌드 전망'을 주제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의 주요 흐름과 기업들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코맥 헨리 이사는 올해 식음료 시장을 관통할 첫 번째 트렌드로 '복고의 재해석'을 꼽았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소비 환경 속에서 전통과 익숙함에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멘텔이 국내 소비자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49%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현대 소비자에게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의 가치를 활용해 미래를 위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품이 가진 맛은 유지하되 가구 규모 축소, 소비 패턴 변화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춰 제품을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호주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사라 리(Sara Lee)’를 사례로 소개했다. 해당 브랜드는 오랫동안 대용량 제품을 판매해왔으나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최근 제품 크기를 줄인 소용량 제품을 선보였다. 전통적인 맛은 유지하면서도 변화한 소비 환경에 맞게 제품 형태를 바꾼 것이다.
헨리 이사는 "과거에 사랑받았던 제품과 원재료, 제조 방식이 오늘날 소비자들에게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헨리 이사는 건강 정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얻는 소비자가 늘면서 특정 영양소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51%는 건강·영양 관련 정보를 SNS를 통해 얻는다고 답했다. 반면 의료기관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그는 "문제는 정보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온라인에서는 단백질 등 특정 영양소가 다른 영양소보다 더 바람직한 것처럼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른 영양소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식품업계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단순히 함량 경쟁을 벌이기보다 왜 해당 영양소가 필요한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키워드는 '의도적인 감각'이었다. 헨리 이사는 식품업계가 시각적 재미나 화제성 중심의 제품을 넘어 소비자의 행동과 경험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장애인 등 다양한 소비자 특성을 고려한 제품 설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 모두가 식품과 음료를 같은 방식으로 경험하진 않는다"며 "더 많은 소비자가 식품을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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