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가능성이 가시화하자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전략산업 다극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와 별개로 반도체 생산시설의 경우 용수·전력·인력·물류망이 동시에 맞물려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난 25일 삼성전자 직원 인증을 거친 한 직장인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내부 직원 입장에서 볼 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호남 투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골자다. 이 게시글은 하루 만인 26일 오전 기준 조회수 2만회를 웃돌고 댓글도 500개 가까이 달렸다.
글 작성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미 용인 일대 신규 사업장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둘 다 신규 사업장 투자하는 거 들어가는 캐시 맞추기도 벅차다. 이걸 완료해야 다음 사업장을 검토할 텐데 최소 10년 정도 걸릴 것이고 그때 되면 시장상황은 완전히 바뀐다"고 했다.
용수·전력 인프라도 당분간 만만찮다고 봤다. 후공정과 물류 문제에 대해서도 "(후공정 지으면) 트럭 한 대에 몇백억원어치 반도체 실려있는 걸 코앞에서 이동 안 하고 경기도에서 광주까지 배달해서 조립하는 사업 리스크를 누가 지겠나"라고 덧붙였다.
한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도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그는 호남권 반도체 투자 전망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만들 때 물과 전력 공급이 원활한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공정 팹인지, 패키징인지도 중요할 것 같다"며 "칩을 만든 걸 패키징하러 이동해야 하는데 칩 만드는 공장은 호남이고 패키징하는 곳이 지금 천안이면 그 이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했다. 물류망에 관해서도 "최종 고객한테는 비행기로 가는 건데 인천이랑 멀어서 좋을 게 뭐가 있는지, 광주공항에서 보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력 확보 또한 변수로 꼽혔다. 기존 평택도 호불호가 엇갈리고 동탄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호남권 근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인원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단 의구심이다. "지금 이천·청주(이상 SK하이닉스), 동탄·평택(이상 삼성전자)도 그렇게 10년 넘게 인프라가 주위에 구축돼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략산업 다극화를 강조한 시점과 맞물려 더 확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해 첨단 핵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영남이나 충청·강원·제주·호남 등으로 확대하는 획기적인 전략 산업 다극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의 기간 핵심 인프라는 그것대로 고도화해나가고 동시에 지방 곳곳에 새로운 산업경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충청 등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관한 세부 투자 계획을 다음 주 청와대 주재 민관 합동회의를 통해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이어진 발언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24일 호남·충청 등에 대한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방안과 관련해 "논의의 마무리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산업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며 "민간기업의 투자 판단에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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