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이 터져도 인간은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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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이후 더 이상 생명이 자라나지 않는 황량한 땅. 그곳에서도 누군가는 농담을 건네고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꾸민다. 래빗홀씨어터가 제작하는 연극 ‘호기우타’(사진)가 4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핵전쟁이 터져도 인간은 노래한다

서울문화재단 2026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 프로젝트인 이번 작품은 지난해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제12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먼저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일본어로 ‘축복의 노래’라는 뜻이다.

작품은 일본 현대희곡의 거장 기타무라 소가 1972년 집필했다.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유랑극단 출신의 게사쿠와 교코, 그리고 원본만 있으면 무엇이든 복제해내는 수수께끼의 인물 야스오가 리어카를 끌고 길 위를 떠도는 이야기를 그린다.

50여 년 전 쓰인 희곡이지만 오늘날 시대상에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옛날엔 상상에 의존했던 재난의 풍경이 이젠 현실의 불안과 맞닿아 있어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숨 막히는 폭염을 견디다 갑작스러운 눈보라와 빙하기를 마주한다. 황폐해진 풍경은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는 인류세 시대의 위기를 떠올리게 하며, 관객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종말 서사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세계는 무너졌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사랑하며 노래한다. 세 인물은 무대 위에서 끝까지 열연한다.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절망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힘에 대해서도 곱씹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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