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자 석탄·니켈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원자재 수출을 적극 통제하기로 했다. 세계 1위 구리 생산국 칠레는 구리 생산을 줄였다. 해당 자원의 세계 공급량을 조절해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본격화한 뒤 원자재 통제권을 앞세운 자원민족주의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니켈 가격 결정”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부펀드 다난타라가 지정한 무역회사가 주요 원자재 수출을 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상 원자재는 팜유, 석탄, 니켈이다. 시범 기간을 거쳐 3개월 뒤 본격 시행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3개월 단위로 다른 원자재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의회 연설에서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을 우리가 정해야 한다”며 “그들(수입국)이 우리 가격을 지지하지 않으면 사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자국 원자재가 제값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원자재가 헐값에 팔려 지난 34년간 9080억달러(약 1367조4480억원) 손실을 봤다”며 “인도네시아는 최대 팜유 생산국이지만 정작 가격은 다른 나라가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음달부터 원자재 수출대금 전액을 국영 은행에 보관하도록 하는 조치도 시행한다. 최근 통화 가치가 떨어진 자국 화폐 루피아의 가치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2년 만에 처음으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프리티시 라즈 S&P글로벌에너지 아시아태평양 가격 담당 수석매니저는 “인도네시아의 관련 정책 시행 방안이 명확해지기까지 원자재 시장에서 과도기적 불확실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칠레는 구리 생산량 줄여
칠레는 구리 생산량을 축소했다. 칠레 국영 구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구리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9.04% 줄여 43만4000t으로 감소했다. 1분기 전체로도 5.8% 줄어 생산량은 121만6000t에 그쳤다.
이는 구리 자원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려는 가격 방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3개월 만기 선물 가격은 전날 t당 1만3655달러에 거래됐다. 4년 전 동기보다 40% 이상 오른 역대 최고 수준이다. 칠레 정부는 공급을 줄여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광산 노후화에 따른 채굴 장비 운용 비용 증가 등도 감산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 코발트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해 10월 코발트 수출 쿼터를 강화했다. 로이터통신은 “콩고가 공급 과잉 억제와 글로벌 코발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앞서 수개월간 시행한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새로운 제도로 코발트 수출을 제한했다”고 분석했다. 코발트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산업용 필수 원자재다. 코발트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60% 이상 올랐다.
◇수출 제한 조치 급증
아프리카 지역의 최대 리튬 생산국인 짐바브웨는 2월 리튬 정광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수출 물량 대부분은 중국에서 배터리 소재로 추가 가공됐다. 짐바브웨 정부는 수출 재개 조건으로 중국 업체에 연간 재무제표 공개와 노동·안전·환경 기준 준수, 리튬황산염 공장 설립 약속 등을 요구했다.
자원 무기화 선두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와 희토류 영구자석에 수출 허가제를 강화했다. 중국산 원료가 0.1%만 포함돼도 허가받게 하는 역외 규정까지 도입했다. 일부 조치는 미·중 정상 합의로 오는 11월까지 유예됐지만 지난해 4월 규제는 그대로 시행 중이다. 올해 1월에는 일본을 겨냥한 추가 통제가 시행됐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의 60%, 정련의 90%를 쥐고 있다.
지난달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핵심 원자재 수출 제한 현황 2026’에 따르면 지난해 핵심 원자재 수출 제한은 2009년보다 다섯 배로 늘었다. 코발트와 망간의 글로벌 수출 물량 중 70%, 흑연은 47%, 희토류의 45%가 하나 이상의 수출 제한에 걸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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