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기고]혈액암, 치료제는 있는데 제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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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국내 혈액암 치료 현장에서는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 치료제가 있음에도 조기에 재발한 고위험 환자들이 가장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진료실에서 만난 40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의 사례가 단적인 예다. 이 환자는 1차 치료 후 6개월 만에 재발했다. CAR-T 치료가 적합한 선택지라고 판단했지만 2차 치료 단계에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뒤 고강도 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야 했다. 환자는 이식 후 3개월 만에 재발했고 그제야 3차 치료에서 CAR-T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사례는 DLBCL 치료에서 ‘어떤 치료를 받느냐’만큼 ‘언제 치료를 받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DLBCL은 가장 흔한 공격성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국내에서 연간 약 2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차 면역화학요법에 비교적 잘 반응하지만 전체 환자의 30∼40%는 재발하거나 불응을 경험한다. 특히 1차 치료에 불응하거나 12개월 이내 재발한 환자는 병의 진행이 빠르고 예후도 좋지 않다. 이들 고위험 환자에게는 첫 재발 이후의 치료 선택이 장기 생존과 완치 가능성을 좌우한다. 현재 주요 국제 진료 지침은 1차 치료에 불응하거나 12개월 이내 재발한 환자에게 CAR-T 치료를 2차 치료로 우선 권고한다. CAR-T 치료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활용하는 맞춤형 세포치료로 기존 표준치료보다 장기 생존과 완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 입증됐다.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는 CAR-T 치료가 표준치료보다 질병 진행·재발·사망 등 치료 실패 위험을 60% 낮췄고 추가 치료 없이 질병이 진행하거나 재발하지 않은 기간은 약 4배 길었다. 약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전체 생존 기간이 표준치료보다 우수했으며 4년 생존율은 약 55%로 표준치료군(46%)보다 높았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조기 CAR-T 치료는 고위험 재발·불응성 DLBCL 환자의 국제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치료법이 아니라 제도다. 최근 2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CAR-T 치료제가 국내에 출시됐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접근성이 낮다. 이 때문에 국내 환자들은 여전히 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등 기존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를 포함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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