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가상 주행’으로 승차감·안전까지 검증…기술 개발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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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 1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고성능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영국 장비 제작사 앤서블 모션의 하드웨어 ‘델타 시리즈’에 남양연구소가 축적한 도로 데이터가 접목돼 실차 테스트를 가상 환경에서 대신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2/뉴스1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 1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고성능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영국 장비 제작사 앤서블 모션의 하드웨어 ‘델타 시리즈’에 남양연구소가 축적한 도로 데이터가 접목돼 실차 테스트를 가상 환경에서 대신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2/뉴스1
1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의 버추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스튜디오. 올 2월 완공된 이후 처음 언론에 공개된 이 곳에는 270도 화각의 대형 곡면 스크린 속에 가상 도로가 펼쳐져 있었다. 화면 앞에 놓여 있는 건 차량 전면부 절반만 뚝 떼어놓은 듯한 모양의 시뮬레이터 기기였다.

한 연구원이 운전석에 탑승해 가속페달을 밟으며 ‘가상 주행 평가’를 시작했다. 시뮬레이터는 연구원이 핸들을 꺾는 방향대로 마치 스크린에 빨려 들어갈 듯 차량의 승차감을 전달했다. 이 시뮬레이터는 전후, 좌우, 상하 등 6가지 움직임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설비 위에 올려져 있다. 가상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마치 실제 자동차처럼 덜컹거렸다.

● 가상 검증 보편화되는 차업계

차가 똑똑해지면서 검증할 요소가 더욱 많아진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시대다. 이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실물 시험차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버추얼 차량 검증’을 하는 추세가 본격화했다.

현대차·기아는 해당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도입한 뒤 실제 자동차를 사용할 때 1, 2개월 가량 걸리던 주행 평가를 단 3일 만에 끝내고 있다. 단순한 가상현실(VR)을 넘어 노면이 주는 미세한 진동까지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의 ‘심장’인 남양연구소에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통한 주행 평가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정필영 주행성능컨셉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모델이나 부품, 전 세계의 도로 데이터를 입력하면 바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며 “단 몇 분만 가상 주행을 해도 테라바이트(TB) 단위의 데이터가 쌓인다”고 설명했다.

● 안전까지 담당하는 가상 세계승차감뿐 아니라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역시 가상 현실에서 최대한 검증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남양연구소 내에 있는 ‘노바 랩’에서 차량 안전 검증에 나섰다.

노바 랩 연구실 안에는 뼈대만 남아 있는 자동차 모양의 뭉치가 14개 설치돼 있다. 이른바 ‘와이어카’다. 실제 자동차와 같은 내외부 모습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와 달리, 와이어카는 그 명칭처럼 ‘자동차의 혈관’인 전선과 자동차 두뇌 역할을 하는 제어기 등 필수적인 부품만 연결돼 있다. 와이어카에 달린 부품은 시트, 핸들,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 페달 정도다.

와이어카는 멈춰 있는 상태에서 차로이탈방지, 앞차 거리유지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여러 기능을 검증한다. 가상으로도 장애물 인식이 가능한 건 가상의 레이더 신호를 생성한 덕이다. 원래 실제 자동차는 전파를 쏜 뒤 장애물에 부딪혀 돌아오는 걸 보고 인식을 한다.

이날 와이어카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나리오를 시연한 결과 모니터 화면 속 가상의 앞차를 인식해 감속했다. 이어 불쑥 등장한 옆 차선 차량도 인식하면서 후측방 충돌 경고가 나왔다. 김상연 파이롯트전장제어개발팀 파트장은 “신차 한 대를 개발하는 동안 와이어카 단계에서 150~200건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검증 등 버추얼 R&D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시장 규모는 올해 11억 달러(약 1조7100억 원)에서 연 평균 7.7% 성장해 2035년에는 19억 달러(약 2조95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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