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살리기 취지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컨설팅한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이하 예산시장)에서 시행 중인 '함께 가게' 인증 마크와 내부 TV 광고 운영을 두고 상인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더본코리아와 협력 관계에 있는 음식점에만 인증 마크와 광고 혜택이 집중되면서 양극화와 갈등을 유발하면서다.
특히 인증 마크는 초기에만 더본코리아가 힘을 준 후 사후 관리가 안 돼 신규 매장은 받을 기회 자체가 없어졌고, 내부 TV 광고의 전기료 등 운영비는 세금으로 쓰이는데 더본코리아 협력업체 광고만 나오면서 상인회 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 시장 활성화한다더니…양극화 불러온 '백종원 표' 인증마크
15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더본코리아의 '함께 가게' 인증 마크를 받지 못한 예산시장 내외부 상권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구조가 형성됐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의 뜻에 따라 가게를 운영하거나 식자재를 공급받는 예산시장 내 일부 음식점에게만 '함께 가게' 인증 마크를 부여했다. 해당 인증 마크는 위생 검사에서 우수 등급을 받고, 음식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한 음식점에 제공됐다.
2023년 9월 방영된 시사교양 프로그램 '백종원 시장이 되다'에 따르면, 이 인증 제도는 신뢰할 수 있는 음식점을 소비자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인증 제도 시행에 대한 안내조차 받지 못한 시장 외부 상인들뿐 아니라, 이미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라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없었던 시장 내 상인들도 '함께 가게' 제도에 동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더본코리아가 인증 제도 운용을 중단한 상태여서, 최근 시장에 새롭게 입점한 매장들은 인증 마크를 받을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다.
방송에서는 음식점에 인증 마크를 부착하는 장면과 함께 "'함께 가게' 마크를 꼭 확인해주세요"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증 마크가 없는 가게는 쳐다도 안 봤다", "인증 마크가 없는 매장에선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는 소비자 후기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 9일 예상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 A씨는 "같이 동참하겠냐고 한마디만 물어봐 주셨다면 어떻게든 조건 맞춰서 했을 텐데, 시장 바로 근처에서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상인 B씨는 "방송에서 인증 마크 유무에 따라 매장을 자극적으로 구분 지으면서 관광객 쏠림 현상이 무척 심했다"고 주장했다.
더본코리아는 '함께 가게' 인증 마크를 부여한 후 사후 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주인이 바뀌고도 별다른 추가 조처 없이 인증 마크가 부착된 곳도 발견됐다. 새로 영업을 시작한 점주 C씨는 "이전 주인이 운영할 때 받은 것인데,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전기료는 예산군이 내는데…광고판엔 더본코리아 협력 음식점만
예산시장 내부 TV 광고판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시장 중심부 장터 광장에는 대형 TV 광고판이 설치돼 있는데, 더본코리아와 협력 관계인 일부 음식점만 광고되고 있었다. 광고 송출을 위한 TV 전기료는 예산군이 부담해 사실상 혈세가 쓰이고 있다. 그러나 더본코리아와 무관하거나 시장에 새로 입점한 매장들은 TV 광고는 물론, TV 화면에 표시되는 시장 지도에도 매장 위치가 비어 있는 채로 남아 있었다.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최근 일부 상인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항의 방문을 했다. 상인회장은 더본코리아 측에 여러 차례 개선을 요청했지만, 더본코리아는 "절차가 복잡하다"며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인 D씨는 "TV 전기료는 군에서 내는데, 더본코리아와 관련된 일부 매장만 임의로 광고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으로 어렵게 홍보하는데, 저 가게들은 대형 TV로 홍보하니 경쟁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 더본 "개선 방안 적극 검토"
더본코리아는 제기된 논란에 대해 상인들과 소통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함께 가게' 인증마크는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실 경우 언제든지 인증받을 수 있도록 운영 중"이라면서 "예산군 및 상인들과 긴밀히 협력해 신규 상인들에게도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광고판 운영의 형평성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현재 광고 영상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취지에 따라 '함께 가게' 인증받은 매장을 중심으로 송출하고 있다"며 "일정 기준을 충족한 매장을 우선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점주분들께서 공공비용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신 만큼 다양한 매장이 참여하고 소개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