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막히면 어쩌나" 중동 리스크에 '초긴장'…기업인들 몰려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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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나서고 있는 강현규, 김진섭 변호사

토론에 나서고 있는 강현규, 김진섭 변호사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얻은 교훈이 있다면 ‘불가항력(Force Majeure)’ 클레임은 일단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란 전쟁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연관된 계약상 지연이나 손실이 발생했다면, 무조건 일단 클레임을 걸고 쟁점을 다퉈봐야 합니다.”

31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39층 법무법인 율촌 렉처홀(세미나실). 율촌이 개최한 ‘이란-미국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불가항력의 쟁점 및 실무적 대응 방안’ 세미나에는 기업 법무·해외영업 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해 강의 내용을 꼼꼼히 필기하며 경청했다. 이란-미국 간 긴장 고조로 중동 물류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커지자, 선제적으로 계약 리스크를 점검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한 결과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불가항력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기업들이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방어하기 위한 해법에 관심이 쏠렸다.

“비용 증가만으론 불가항력 안돼”…엄격한 법리 해석 검토해야

이날 불가항력의 법리 설명에 나선 박현아 변호사(사법연수원 40기)는 불가항력의 법적 쟁점과 요건을 상세히 짚었다. 박 변호사는 "일방적인 불가항력 선언으로 곧바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이나 준거법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점에서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물류비 폭등' 사태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단순한 물류비용 증가나 이행의 어려움만으로는 의무를 면제받는 불가항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영국 법원의 '수에즈 운하 봉쇄 사건' 판례가 대표적 사례다. 박 변호사는 "운송 경로가 희망봉으로 우회되어 시간과 비용이 2배 이상 증가하더라도 계약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며 "대체 경로가 존재한다면 단순히 경제적 비용 증가나 운송의 어려움만으로는 계약 목적이 좌절됐다고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현아 변호사가 불가항력의 법리에 대해 설명 중인 모습

박현아 변호사가 불가항력의 법리에 대해 설명 중인 모습

"증거부터 모아라"...인과관계 입증이 불가항력 주장 성패 갈라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국제분쟁 전문가인 강현규 변호사(42기)와 김진섭 변호사(변호사시험 4회)가 대담 형식으로 기업들에게 다양한 실무적 조언을 건넸다.

강 변호사는 기업이 계약 불이행 시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불가항력 주장의 성패를 가르는 4대 핵심 요소로 '권한, 인과관계, 입증 자료, 적절한 보상'을 꼽았다. 그는 "운송망 붕괴로 물품 인도가 지연됐더라도, 사전에 제작 지연 등 내 측의 귀책사유가 이미 존재했다면 불가항력으로 인정받기 힘들다"며 "불가항력 이벤트와 나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건설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연쇄 계약(다운스트림-업스트림) 구조에서의 주의점을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하도급 업체의 불가항력 사유가 곧바로 나의 불가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막연한 인식에 기대기보다, 날짜별 지연 사유와 공정표 등 구체적인 서증(문서 증거)을 현장 앞단에서부터 철저히 취합해 두어야 훗날 분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두 변호사는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입찰 단계의 기업이라면 발주처를 찾아가 적극적으로 재협상에 나서고, 신규 계약 체결 시에는 전쟁 리스크(War Risk) 관련 특약을 반드시 명시해 위험을 분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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