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장관 현지 간담회서
“계약 문제없다” 선그었지만
K원전에 몽니 부리는 EDF
체코 “사업 진행 차질” 비판
EDF, 경쟁사 소송 제기 ‘단골’
2014년 테믈린 입찰 무산시켜
최종 계약 체결식을 앞뒀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사법리스크라는 돌발악재로 일시중단되면서 장기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계약 성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원전 업계에서는 수개월 후로 계약이 연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과거 체코를 비롯한 각국의 원전 발주 과정에서도 막판에 최종 계약이 틀어진 경우가 있어 자칫 계약 무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프라하 도착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약이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며칠일지 몇 달일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체코 정부도 지연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 불필요하게 지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체코 브루노 지방법원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간 최종 계약 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행정 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계약 절차를 중단하라는 취지다.
EDF의 문제제기와 계약 중단은 2013~2014년 체코 테믈린 원전 3·4호기 사업 무산 과정과 판박이다. EDF(옛 아레바)는 입찰 탈락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2013년 7월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해 10월 소송 끝에 체코 법원으로부터 계약 정지 명령을 받아냈다. 결국 2014년 4월 입찰이 취소되면서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
체코 현지법에 따르면 브루노 지방법원이 내린 가처분결정은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항고를 제기해 풀어야 한다. 안 장관은 “항고는 체코전력공사(CEZ)가 해야 하고, 지금 구체적인 법률검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송 절차가 진행되면 최종 계약은 최대 수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계약이 장기 지연될 경우 자칫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3년 일본은 튀르키예 시노프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계약이 결렬됐고, 과거 한국전력도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계약에는 이르지 못한 경험이 있다.
안 장관은 “예상 못 한 상황이 있으나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해 우리 대한민국의 원전 산업의 경쟁력과 역량을 키울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계약이 최대한 신속하고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든 팀코리아든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는 체코 정부와 체코 전력공사가 수행한 입찰방식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 당시 체코 측은 체코 공공조달법 ‘국가 안보 예외’ 조항에 근거해 일반입찰 절차를 생략했다. EDF는 이 같은 입찰방식에 사전 동의하고서도, 지난해 7월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유럽 (원전) 기득권 세력들은 원자력 산업을 자기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쟁력, 효율성 등을 다 따져 우리를 선택했는데, 법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여러 전략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계약 지연 사태를 미리 예상하지 못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종 계약 서명식을 위해 대규모 특사단까지 체코로 보낸 상황에서 계약 절차가 중단돼 버렸기 때문이다.
안 장관은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에 체코 경쟁당국에서 두 차례나 EDF의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체코 정부 측에서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 일정을 잡았다”며 “체코 정부의 판단이 법원의 판결과 맞지 않았던 것으로 우리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프라하(체코)=산업부 공동취재단 / 유준호 기자 / 서울 신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