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에 관심있는 아들, 어떡하죠”...AI시대 ‘살아남을 전공’ 찾기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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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에 관심있는 아들, 어떡하죠”...AI시대 ‘살아남을 전공’ 찾기 혈안

입력 : 2026.05.31 22:01

AI가 대체 못할 전공이 유망
확실한 안전지대는 반도체
기피전공은 어문·회계·금융
컴퓨터 전공엔 희망·불안 공존

[연합뉴스]

[연합뉴스]

어린 시절부터 게임 개발자를 꿈꿔 온 경기도 한 고교생 김 모군은 최근 대학 전공 선택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컴퓨터공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코딩과 개발 업무를 빠르게 대신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김군은 “컴퓨터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회사들이 신입 개발자를 예전처럼 많이 뽑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할지, 앞으로도 안정적인 전공을 골라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AI 기술의 격변이 고등학생들의 전공 선택 기준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성적, 적성, 취업률이 대학 전공 선택의 주요 변수였다면 이제는 “내가 선택한 전공이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입시판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가 입시 전문기관 진학사에 의뢰해 고교생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1%는 ‘AI의 등장이 나의 전공·진로 고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전공을 선택하는 이유에서도 AI의 영향은 뚜렷했다. 학생들이 특정 전공을 원하는 이유로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가 12.4%, ‘AI를 직접 다루거나 활용하는 분야라서’가 8.6%를 차지해 ‘적성과 흥미(39.3%)’, ‘취업·연봉 전망(27.3%)’에 이어 3, 4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전공을 피하는 이유로는 ‘AI가 해당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서’라는 응답이 51.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학생들이 꼽은 유망 전공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가고 싶은 전공은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를 뜻하는 ‘의치한약수’가 18.8%로 1위였고 반도체는 13.6%로 2위, 컴퓨터·소프트웨어·AI는 9.2%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전공’을 묻자 반도체가 30.7%로 의치한약수(25.3%)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AI 기술을 구현하는 물리적 토대인 반도체 산업이 기술 격변기에도 가장 확실한 안전지대가 될 것이라는 실용적 판단이 투영된 결과다.

반면 기술 발전에 따른 불안감은 인문학, 특히 어문계열에 집중됐다. 학생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전공 1위로 어문계열(14.6%)을 꼽은 원인 역시 AI 대체 우려(51.5%)가 결정적이었다. 번역과 텍스트 생성을 능숙하게 해내는 AI의 등장이 어문학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실제 입시 기피로 이어진 것이다. 회계·세무·금융 계열학과(12.9%) 역시 마찬가지로 AI에 쉽게 대체될 것이라는 걱정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 한 외국어고 독일어과 2학년에 재학 중인 B군은 “어린 시절 독일에 산 경험이 있어 원래 독어독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며 “독일어 교사가 되는 것 외에 그리 진로가 다양해 보이지 않고 주변에서도 추천하지 않아 실제로 지원하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현상은 이른바 ‘컴퓨터·AI 전공의 역설’이었다. 컴퓨터·소프트웨어·AI 관련 학과는 선호 전공 3위에 오르는 동시에, 기피 전공에서도 3위를 차지하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았다. AI 기술을 최전선에서 다루는 유망 분야라는 기대감과 역설적으로 발전한 AI 자체로 인해 시장이 포화하거나 하위 직군이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컴퓨터·소프트웨어·AI 전공이 가고 싶은 학과와 피하고 싶은 학과에서 동시에 3위에 오른 점이 인상적”이라며 “최근 채용 시장에서 나타나는 개발자 수요 변화와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직무 불안정성이 고등학생들의 전공 인식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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