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40여일간 정치인과 관료뿐 아니라 종교인, 원로 언론인, 기업인, 각 지역 시민 등 다양한 인사와 접촉해 국정에 대해 논의했다. 대한민국이 닥친 현안에 관해 토론을 통해 길을 찾거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1일 언론인과의 2시간 오찬 회동 및 그간의 회의 석상 자리에서 언급한 발언을 종합하면 한미 관세 협상,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 수출 확대 회의 검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기업인과의 면담 등을 주제로 참석자들과 대화했다. 이 대통령이 평소 어떤 주제를 고민하는지 엿볼 수 있다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지난 11일 언론인과의 2시간 오찬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 등 외교 문제에 대해 장시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고 한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미국에 다녀왔지만, 미국과의 대화가 겉돌고 있고, 미국 측과 토론할 의제도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다만 미국이 원하는 바를 내어줄 항목이 적은 일본보다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더 빠르게 끝날 수 있다는 식으로 덧붙였다고 한다. 일본은 참의원 선거 기간이라, 미국이 원하는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으로 이 대통령은 보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오는 9월 전승절 참석을 권한 데 대해서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너무 나갔다’는 식으로 발언하며, 전승절 참여에 대해 신중하게 여기는 투로 얘기했다고 한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등이 확정되지 않은 터라 전승절에 대해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대통령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도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에게 “대기업과 곧 만날 것이다. 기업들이 망설임 없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4대 그룹 총수, 6개 경제단체장과 만난 적 있다. 후보 시절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만나 기업을 위한 정책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다. 또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했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정부 내각 구성이 끝나면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뉘앙스로도 얘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예산에 관한 고민도 털어놨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정부의 1년 예산이 박근혜 정부 끝난 첫해 360조원이었는데, 지금은 700조원이다”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런데도 가용예산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중단하는 데 대해선 부정적으로 언급하면서도,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에 귀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와 인사 관련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이진숙 교욱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일고 있는데 대해 “내가 (이 후보자를) 알아서 추천한 건 아니고 추천받은 것”이라며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딱하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다음 달 민주당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선 “박찬대 의원, 정청래 의원 둘 다 굉장히 좋아하고, 누가 되더라도 재밌을 것 같다. 이기는 편이 내 편이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