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지난 20대 대선 금융분야 1호 공약이었던 ‘기본대출’을 이번 대선에서도 금융 공약 1호로 채택할 전망이다. 청년을 시작으로 전 국민에게 최대 1000만원을 장기간에 걸쳐서 갚도록 하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다. 이를 두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행정 비용과 리스크 관리를 도맡을 수밖에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계부채 누증과 재정 악화,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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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데일리 노진환/김정훈 기자 |
제도권 금융 접근 못 하는 청년·서민 대상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선후보를 선출한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금융·경제분야 공약 설계에 들어간다. 경선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은 윤후덕 의원은 기본대출 공약에 대해 “아직 본격적으로 검토하지는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대선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의를 구체화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금융분야 공약은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와 싱크탱크에서 조율해 발표할 예정이다.
기본금융은 전 국민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누구나 최소한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본대출과 자산형성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기본저축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제도권 금융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청년·서민을 위한 기본대출을 강조했다. 기본대출은 최대 1000만원을 10~20년에 걸쳐 약 3%(2021년 8월 기준) 금리에 마이너스통장 한도대출 형태로 빌려주는 것이다. 2030대 청년부터 시작해 전 국민으로 차차 확대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이 많다는 점을 들어 대부업체 평균 대출금(약 900만원)을 기준으로 최대 1000만원을 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기본대출 구조를 준용하면 공적 보증기관이 차주의 대출을 100% 보증한다. 최종 손실률을 5%로 잡고 차주가 갚지 못하는 금액은 경기도(정부) 예산으로 대신 갚아주는 구조다.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동해 최소한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것이 유력한 방안이었다.
금융권 촉각…가계부채 누증·리스크 관리 부담
금융권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후보의 핵심 금융공약이었던 ‘기본금융’이 재등장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본대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리스크 관리·행정비용 부담을 고려할 때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대출은 금융 접근성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취지를 담고 있지만 우려도 크다”며 “대출 심사·승인과 연체 관리 등 실질적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연체 발생 이전까지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차주의 대출 심사부터 승인·관리는 은행이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인력·행정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실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공약으로 정책까지 연결됐던 청년도약계좌도 금리 산정부터 상품 가입까지 일련의 과정은 참여 은행의 몫이었다.
현재 은행이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가운데 가계부채 누증 가능성도 있다. 금융과 복지의 경계에 있지만 은행의 대출 공급인 만큼 가계대출 총량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주고 처음부터 나눠 갚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고려할 때 가계부채를 확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대출 연체율이 증가해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대위변제하는 보증기관·정부의 재정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혹은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구조상 도덕적 해이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갚아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사정이 어려워진 차주가 상환을 빠르게 포기할 수 있다”며 “차주의 신용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고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고 했다.
공약 부활에 힘주는 민주당
민주당 내 에서는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는 서민 상황을 고려할 때 기본대출 부활에 힘을 싣고 있다. 정무위원회 간사이자 중앙선대위 코스피5000시대 위원장인 강준현 의원은 “기본대출은 아주 필요한 정책이라고 본다. 금융접근성 보장도 ‘잘사니즘’ ‘먹사니즘’의 하나라 생각한다”며 “공약 설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금융정책 설계 중책을 맡았던 한 교수는 “기본대출은 벌써 3~4년 전 용어다. 현재 흐름에 맞게 재설계해서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기업 밸류업,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 기본금융 공약이 재등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윤후덕 의원은 “주식시장에서의 공정성 문제, 특히 상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싣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관심을 두고 투자자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자본시장 회복이 우선 관심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