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이면 마포아파트 산다'…실수요자들, 눈높이 낮췄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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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18 14:04 수정2025.10.18 14:04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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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 등 12개 지역이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아파트를 사고팔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집값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새로 살 집을 마련하거나 이사를 원하는 실수요자까지 발이 묶인 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수요자는 눈높이를 낮춰 중저가 아파트를 노리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잔금 납부까지 몇 년 동안 시간을 벌 수 있는 청약이나 자금 부담이 덜한 공공분양도 있다. 경기 구리·고양, 인천 등 규제를 벗어난 곳을 사는 방법도 거론된다.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아닌 빌라, 오피스텔,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기 높아질 중저가 아파트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대출 한도가 6억원이지만, 15억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이다. 담보인정비율(LTV) 40%(유주택자 0%)도 적용된다. 10억원 아파트는 대출이 4억원만 나온다는 얘기다. 15억원 주택은 보유 현금 9억원, 10억원 주택은 6억원, 5억원 주택은 3억원이 필요하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6억 한도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론 대출이 이보다 더 적게 나온다”며 “중저가 아파트로 실거주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성동 등 일부 지역에선 전용면적 59㎡가 20억원을 넘기도 하지만, 눈높이를 낮추면 서울 안에도 중저가 아파트는 여전히 많다. 마포구 도원동 ‘도원삼성래미안’ 59㎡는 12억원대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은 84㎡가 13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 파크자이’ 등은 59㎡가 11억원대다. 외곽인 노원·도봉·강북 등은 가격대가 더 낮다.

청약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잔금 대출도 주담대인 까닭에 가격별 대출 한도가 달라지고, LTV 40%가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중도금 대출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일단 계약금만 내면 잔금 마련까지 몇 년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잔금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줄인 6·27 대출 규제 후에도 서울 아파트 청약 열기기 식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수요 청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 주택은 2년 이상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한다. 당첨 후 포기하면 10년 동안 청약할 수 없어 ‘묻지 마 청약’이 줄어들 전망이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는 LTV 70%를 적용받는 점도 이용하면 좋다.

○공공분양·빌라·경매 등도 대안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공급하는 공공분양을 노리는 방법도 있다. LH는 다음달 군포대야미 A2블록(1003가구), 남양주왕숙 A24블록(393가구), 남양주왕숙 B17블록(499가구)을 분양한다. 12월에는 과천주암 C1블록(932가구), 남양주진접2지구 B1블록(260가구), 구리갈매역세권 A4블록(251가구) 등을 내놓는다. 분양가상한제가 기본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구할 수 있다.

규제를 벗어난 지역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에선 고양, 구리, 남양주, 부천, 군포, 화성, 의정부 등이 추가 규제지역에서 제외됐다. 안양 만안구, 수원 권선구, 용인 기흥·처인구, 인천 전역도 빠졌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경기 하남으로 이사 못 가는 사람은 그 옆 구리를 가는 식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빌라와 오피스텔, 경매 등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실거래 의무 등 규제를 피하는 수단이다.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의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등을 갭투자(전세 낀 매매)할 수 있다. 성수동 재건축단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단지, 한남더힐과 같이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단지는 예외다. 이에 분당신도시 내 빌라 단지는 인기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갭투자가 가능하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선도지구로 선정된 목련마을이 이런 빌라 단지다.

경매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경락잔금대출은 6억원까지 제한된다. 한 달여 안에 매각 대금을 법원에 내야 해 갭투자가 어렵지만, 소유권 취득 후에는 자유롭게 임대로 내놓을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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