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간 울음 들어준 상담원”…AI가 만든 ‘사람의 시간’

4 days ago 12

Gemin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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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60대 여성 전모 씨는 지난해 남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냈다. 남편의 흔적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한동안 집을 떠나 지냈다.

수개월이 흘러서야 조심스럽게 집 문을 열었다. 적막을 깨보려 TV 리모컨을 눌렀지만 화면에는 ‘신호가 끊겼다’는 문구만 떴다.

요금이 납부되지 않아 서비스가 자동 중단된 상태였다. 우편함에는 남편 앞으로 온 고지서가 가득 쌓여 있었다.

무엇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했다. 밀려오는 외로움 속에 전 씨는 고객센터 번호를 눌렀다.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화기 너머 상담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상담원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전 씨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줬다.

전 씨가 조금씩 마음을 추스르자 상담원은 차분하게 상담을 이어갔다.

남편 명의로 TV뿐 아니라 인터넷도 가입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해지 절차는 물론, 전 씨가 알지 못했던 환불 절차까지 하나씩 안내했다.

모든 설명이 끝난 뒤 전 씨는 쉽게 전화를 끊지 못했다. 다시 남편의 공백이 느껴지자 울음을 쏟아냈다. 상담원은 먼저 통화를 끝내지 않았다. 전 씨가 마음을 가다듬을 때까지 기다렸다.

14분 가까이 이어지던 통화 말미에 상담원은 차분하면서도 정겹게 말했다.

“어머, 어머니 성이 전 씨네요? 저도 전 씨예요.”

뜻밖의 한마디에 전 씨는 울음을 멈추고 웃었다.

상담원은 이후에도 네 차례에 걸쳐 다시 전화를 걸어 서류 접수 과정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뒤 전 씨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

“이런 따뜻함은 처음이에요.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어요.”

그날 전 씨가 안내 받은 건 단순한 ‘해지 상담’이 아니었다.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AI) 전환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서비스는 갈수록 빨라지고 간편해지고 있다.

하지만 효율만 따진 기술의 진보가 모두에게 같은 편의를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에게는 오히려 일상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되는 경우도 많다.

키오스크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거나 애플리케이션 이용법을 몰라 택시를 부르지 못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아직도 쉽게 볼 수 있다. AI가 응대하는 상담 서비스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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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사람 중심의 고객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전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전 씨와 통화한 주인공은 LG유플러스 부산 고객센터 전경진 상담원(30대·여). LG유플러스는 ‘Simply. U+’가 지향하는 고객 중심 경험을 AI 컨택센터(AICC)에도 적용해 실현하고 있다. 단순 반복 문의나 조회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상담원은 도움이 더 필요한 고객 상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도입 이후 연결 대기시간은 줄었고 상담 소요 시간도 감소했다.

전경진 상담원도 이른바 ‘4S 원칙’에 따라 상담을 진행한다. Slow(천천히), Simple(쉽게), Sympathy(공감), Solve(끝까지 해결)가 그것이다.

“아버님, 휴대폰 카메라가 있는 곳 있죠? 거기 오른쪽을 아래로 손가락으로 쓸어 내려주세요. 그러면 부채 모양 그림 보이시죠? 거기에 불이 켜져 있나요?” 실제 상담원들의 통화 내용이다.

AI가 반복 업무를 맡으면서 상담원들은 고객 이야기를 더 오래 듣고, 신뢰 관계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

기술의 벽을 ‘사람의 목소리’로 허물려는 시도는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네덜란드의 대형 마트 ‘점보(Jumbo)’는 빠르고 간편한 셀프 계산대 대신,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결제할 수 있는 ‘느린 계산대(Kletskassa)’를 도입했고, 미국 이동통신사 티모바일(T-Mobile) 역시 복잡한 AI ARS를 걷어내고 고객이 전화를 걸면 곧바로 지역 전담 상담사 그룹으로 연결해 주는 ‘전문가 팀(Team of Experts)’ 제도를 도입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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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I는 사람을 대신하기보다 사람이 더 필요한 곳에 시간을 쓰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니어 상담 서비스를 이용한 한 고객은 소감란에 이렇게 남겼다.

“기계 목소리인 줄 알고 무심코 ‘여보세요’라고 했는데 사람이었네요. 저의 어려움을 먼저 알고 공감해 주는 모습에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기술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고객이 체감하는 혁신은 어쩌면 가장 단순한 문장으로 남는다.

“복잡함을 덜어내니 사람이 보였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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