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선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29거래일 연속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내려오지 못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과 달러 강세가 맞물리려 단기간에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평균 1500.1원을 기록했다. 이번 주 초반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다면 2분기 평균 환율도 1500원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하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1596.8원) 이후 28년여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평균 환율(1418.3원)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공항 환전소에서는 체감 환율이 더 높다. KB국민은행 기준 달러 현찰 판매환율은 이미 1600원을 넘어 해외여행이나 유학, 해외 직구 등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를 꼽는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36조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에만 약 37조원을 순매도하며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의 추가 순매도 여력이 100조~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주식을 대거 매도했음에도 대형주 주가 상승 영향으로 유가증권시장 지분율은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높아진 상태다.
달러 강세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고, 달러인덱스는 최근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이후에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역시 동반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도 새로운 변수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조달한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기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ADR로 갈아탈 경우 달러 유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달 6일부터 서울 외환시장은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된다. 거래 공백을 줄이고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편의성은 개선되더라도 환율 수준 자체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거래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원화 가치가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환율 안정과 원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시장 접근성과 규제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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