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가 고공행진해 역대 최고가를 달성했다. 국내 증시를 등졌던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와 SK하이닉스를 적극 매집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선 차세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지속돼 실적도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5.31% 오른 24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장중 24만8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 7월11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와 같은 수준이다. 이날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1.89% 하락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에만 23.69%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SK하이닉스를 집중 매수해 주가를 밀어 올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9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이 기간 순매수액은 1조3394억원으로 외국인의 '쇼핑 리스트' 상위 1위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도 월간 기준으로 10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SK하이닉스를 1조4759억원어치 사들였다.
주가가 오르자 상당수 개인투자자도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SK하이닉스 투자자 3만9341명의 평균 매수가는 16만8678원으로 평균 수익률은 47.03%에 달했다.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진 건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범용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최근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5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7.27% 급등한 2.1달러로 집계됐다. 전달에도 22.22%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 20%대 급등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비하기 위한 PC 제조사들의 선주문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BM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어 경쟁사와 달리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SK하이닉스는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속하면서 해당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HBM 물량의 70%가량을 소비하는 'AI 큰손'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력인 5세대 제품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엔 가장 먼저 6세대 HBM4 샘플을 공급하기도 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HBM 시장 내 SK하이닉스의 리더십은 유지될 것"이라며 "HBM4에서도 5세대(1b) D램과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 방식의 후공정을 그대로 적용해 신제품인데도 안정적인 수율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올 2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75%와 60.42% 급증한 20조3244억원, 8조7725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43.16%에 달한다. 전년 동기(33.3%)보다 9.86%포인트 뛴 수치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엔드(High End) D램 시장 내 SK하이닉스의 입지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HBM3e 12Hi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업체는 하반기에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4분기부터는 HBM4의 양산이 시작된다"며 "HBM4에서는 수율 1%포인트 차이가 발생시키는 원가 상승이 기존 제품보다 훨씬 커 양산 안정성이 있는 SK하이닉스의 원가 경쟁력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