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재단의 허술한 업무·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소기업·소상공인의 채무 상환 기간을 무분별하게 연장해 오고, 상환 완료된 대출의 보증 해지를 누락해 예산 배분의 왜곡을 초래했다.
9일 중소벤처기업부 감사실이 지난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지역신용보증재단 17곳을 대상으로 감사에 나선 결과, 지역신보 5곳에서 분할 상환 허용 기간 위반 사례가 113건(34억2562만원) 적발됐다.
신보재단은 지역신용보증재단법에 의거해 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융통을 돕고자 설치된 중기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지역신보는 담보력이 부족한 소기업·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보증서를 발급해 주고, 신보중앙회는 지역신보의 보증을 재보증해 보증사고 부담을 덜어내는 역할을 한다.
분할 상환 기간 연장 규정은 지역신보마다 다르다. 하지만 분할 상환 기간 연장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신보는 적기에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잃고 신보중앙회는 재보증 보전금을 상실해 재정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기대수명(83.7세)을 벗어난 황당한 상환 기간 연장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가장 방만하게 운영된 곳은 경기지역신보였다. 채무자 A씨의 약정 금액은 1억556만원이었지만 최장 약정 기간(16년)을 72년이나 초과한 88년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대로라면 A씨는 147세까지 빚을 갚으면 된다. 강원지역신보는 허용 기간을 42년까지 늘려 채무자 B씨가 106세까지 빚을 갚도록 허락했다. 충남(106세)과 울산(121세)에서도 비슷한 계약이 잇따라 적발됐다.
신보재단이 보증 해지를 지체·누락한 사실도 발각됐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소기업·소상공인이 채무를 털어냈다는 통지를 받으면 신보재단은 상환 금액만큼 보증을 해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24년 신보중앙회가 지역신보들을 통해 파악한 보증 미해지 금액 총액은 6155억원 수준이었으나 사실은 2조5340억원에 달했다. 1조9185억원이나 차이가 나는 부실 보고다.
이러한 유령 보증 데이터는 신보중앙회의 보증 한도 배분 왜곡을 불러와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신보 보증 공급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지난 2024년 수도권 지역신보의 과지급 재보증한도는 7546억원으로 전체(9613억원)의 78.49%를 차지했다. 서울지역신보가 전남지역신보 몫의 법정 출연금 중 1억8162만원을 과다 배분받았다.
중기부 감사실은 ‘일부 은행의 자동 통지 시스템 부실’과 ‘지역신보의 업무 소홀’을 원인으로 꼽았다. 은행의 전산 오류로 139만8263건(6936억원) 중 129만7131건(6059억원)만 지역신보에 해지 통지됐고, 지역신보는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다.
아울러 지역신보 14곳이 보증료 환급금을 잘못 계산해 소상공인 3971명에게 5억5744만원을 돌려주지 않은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중기부 감사실은 이번 감사에서 직원들에게 주의·경고(54명), 징계(4명) 처분을 내렸다. 기관에 대해서는 시정 30건, 개선 2건, 통보 14건의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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