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컷 : 고글은 썼지만 책임까지 가려지진 않았다
“변호사 못 구했습니다.”
유튜버 뻑가(30대 남성, 박모씨)가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에게 당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한 달 미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5단독 임복규 판사는 17일, 과즙세연이 뻑가를 상대로 제기한 3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7월 22일로 연기했다. 원래는 이날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뻑가 측이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며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뻑가는 “신분 노출이 두렵다”며 영상으로 재판에 참석하게 해달라는 영상재판신청서도 함께 냈지만 이는 불허됐다. 결국 재판도 못 받고, 영상도 안 되고, 변호사도 없는 상태에서 시간만 벌게 됐다.
● ‘사이버렉카’ 익명성, 법정 앞에선 통하지 않았다
과즙세연은 지난해 9월, 뻑가가 유튜브에서 자신을 향해 “돈 받고 성관계를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했다”는 사실무근 주장을 암시한 영상들을 문제 삼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과즙세연은 “사회적 낙인과 정신적 고통,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문제는 뻑가가 철통 보안급 익명 유튜버라는 점. 얼굴은 물론 이름, 나이, 거주지까지 모조리 가리고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고글은 기본이고, 목소리조차 기획된 ‘사이버 캐릭터’였다.
하지만 과즙세연 측은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했다. 법무법인 리우 정경석 변호인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서 증거개시 요청 일부를 받아들이게 했고, 구글로부터 뻑가의 실명, 생년월일, 주소, 이메일 등 신상 일부를 확보했다. 결국 고글 너머의 민낯은 법정에 제출됐다.
뻑가는 구독자 11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다. 과거 딥페이크 성범죄를 다룬 영상 이후, 이를 우려하는 여성들을 비꼬는 영상을 올리면서 유튜브 수익창출이 정지된 바 있다. 그때도 그는 유튜브 커뮤니티에 “어차피 수익도 막혔고 잃을 게 없다. 총력전으로 맞서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번엔 말처럼 총력전을 벌이진 못했다. 법률대리인도 없이, 영상재판도 거절당한 채 고글 뒤에서 버티는 중이다.
한편, 뻑가를 향한 다른 소송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웹툰 작가 주호민은 뻑가에 대한 사실조회촉탁신청을 했지만, 뻑가 측이 이에 대해 열람제한 신청을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주호민의 소송 여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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