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굴리는 '큰손' 사령탑 대거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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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말까지 국민연금을 포함해 총 2000조원을 굴리는 자본시장 ‘큰손’들의 운용 사령탑이 잇달아 교체된다. 국내 증시 재평가와 밸류업 정책의 영향으로 연기금과 공제회의 포트폴리오 무게중심이 상장주식을 비롯한 유동성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차기 물색 중인 연기금·공제회 4곳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50조원 규모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를 비롯해 사학연금공단, 노란우산공제, 경찰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차기 CIO 선임 절차에 들어갔거나 착수할 예정이다.

2000조 굴리는 '큰손' 사령탑 대거 교체

노란우산공제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9일 자산운용본부장 공개모집 공고를 냈다. 서원철 전 자산운용본부장이 2년 임기를 마치면서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갔다.

사학연금도 자금운용관리단장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전범식 전 단장이 수협중앙회 자금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생긴 공석이다. 사학연금과 노란우산공제의 인선 결과는 오는 7월께 나올 전망이다. 두 기관은 각각 약 30조원을 굴리는 주요 투자가다.

경찰공제회는 2023년 하반기 이후 장기 공석 상태인 금융투자이사 선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공제회는 올해 초 공모 절차를 시작해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에 선임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KIC도 차기 CIO 인선에 나설 전망이다. KIC는 이훈 투자운용부문장의 후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조만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CIO의 공식 임기는 지난해 8월로 끝났지만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았다. 당초 임기 연장이나 내부 승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근 외부 공개모집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 “주식 대응력 갖춘 CIO 후보 주목”

최근 기관투자가들은 해외 오피스 등 대체투자 부실 우려, 국내 주식시장 급등에 따른 자산 배분 조정, 채권 금리 변동성 확대 등 복합적인 운용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과거처럼 자산군별 배분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뒤 손실 가능 자산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CIO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업계에서 이번 CIO 교체 흐름에 단순한 임기 만료나 개별 기관 인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차기 CIO의 성향에 따라 각 기관의 자산 배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식 확대 여부, 해외 대체투자 회수 및 손실 관리 방식, 신규 블라인드펀드 출자 기조 등이 모두 차기 CIO의 운용 철학과 맞물려 있어서다.

국내 주식시장 재평가 국면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차기 CIO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공제회는 부동산·인프라·사모 대출 등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 왔지만, 금리와 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동성 자산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 금융회사 CIO는 “증시 상황 변화를 포트폴리오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상장주식 운용 경험과 자산 배분 감각을 갖춘 CIO 후보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올해 12월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기금(2월말 기준 1608조원)이 최근 빠르게 불어나고 운용 성과도 양호한 만큼, 수장 교체보다는 조직 안정성과 운용 전략의 연속성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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