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도, 메달도 없다. 그런데 참가비는 20만원이다. 그럼에도 열릴 때마다 티켓이 ‘완판’되는 대회가 있다. 올해 뉴욕 대회는 오픈 40분 만에 매진됐고, 런던 대회에는 7만 명이 지원해 1만6000명을 추첨으로 뽑았다.
놀라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회는 바로 ‘HYROX(하이록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피트니스 대회다. 이토록 참가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하이록스는 과연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을까.
▶하이록스, 얼마나 벌까?
하이록스는 1㎞ 러닝과 근력 운동을 결합한 8개의 스테이션을 완주하는 서킷 형태의 경기다. 마라톤과 크로스핏의 중간쯤 되는 포맷으로, 고난도의 체조나 리프팅 기술 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 전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하이록스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올해에만 총 83개의 대회에 65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하면 대회당 약 7800명이 참가하는 셈이다. 창업자가 밝힌 손익분기점인 대회당 약 1500명의 참가자를 훌쩍 넘어선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SBO 파이낸셜은 하이록스가 올해 약 1억4000만 달러(약 1900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익의 대부분은 티켓 판매에서 발생한다. 참가자(선수) 티켓 매출만 약 9620만 달러(1324억원)에 이른다. 부가 수익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사진 판매 1710만 달러(235억원), 굿즈 판매 1300만 달러(179억원), 관람객 티켓 840만 달러(115억원), 제휴 체육관 라이선스 수입 750만 달러(103억원) 등 순이다.
SBO 파이낸셜은 하이록스의 총이익률을 약 80%로 추정했다.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EBITDA 마진 30~40%는 무난히 달성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하이록스는 최근 크로스핏처럼 제휴 체육관 라이선스 모델을 확대하고있다. 현재 하이록스는 전세계 제휴 체육관에 연간 약 1500달러(약 206만원)를 받고 있다. 이는 크로스핏(3000달러·413만원)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하이록스 클래스를 도입한 체육관들은 신규 회원 유입에 효과를 보고 있으며, 이 역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하이록스가 이런 수익 모델을 만들기까지 최근 2년간 유료 마케팅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광고비가 0원임에도 불구하고 하이록스는 SNS 팔로워 약 56만 명을 기반으로 티켓 매출이 매년 약 100%씩 성장했다.
▶추후 성장 가능성은?
HYROX는 아직 성장 여력이 크다. 현재 연간 참가자는 약 65만명 수준으로 글로벌 피트니스 커뮤니티를 선도하고 있는 크로스핏(400만명)에 비하면 시장 점유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하지만 하이록스는 진입장벽이 낮고, 확장성이 높은 포맷이라는 점에서 더욱 빠르게 대중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난도 체조나 리프팅 기술이 요구되지 않아 문턱이 낮은 스포츠 대회기 때문이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이벤트 수가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하이록스를 벤치마킹한 자본력 있는 후발 주자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