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버틴 미국인데…"무료배송 사라질 것" 택배비 덮쳤다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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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부사령부가 18일(현지시간) SNS에 AH-64 아파치 공격헬기가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비행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조건부로 개방한 지 하루 만에 재봉쇄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협박하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부사령부 X(옛 트위터) 캡처

미국 중부사령부가 18일(현지시간) SNS에 AH-64 아파치 공격헬기가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비행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조건부로 개방한 지 하루 만에 재봉쇄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협박하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부사령부 X(옛 트위터) 캡처

250년 버틴 미국인데…"무료배송 사라질 것" 택배비 덮쳤다 [글로벌 머니 X파일]

국제 원유 가격 상승 여파로 글로벌 택배비도 상승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촉발한 '디젤 쇼크'가 미국 우체국의 설립 250년 만의 첫 유류 할증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수십 년간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지탱해 온 '무료 배송' 모델이 지정학적 위기로 크게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우체국, 첫 유류 할증료

20일 미국 우체국(USPS)에 따르면 USPS는 지난달 25일 우편규제위원회(PRC) 제출 서류를 통해 프라이어리티 메일 익스프레스, 프라이어리티 메일, 그라운드 어드밴티지 등 상업용 핵심 소포 서비스에 8%의 '임시 유류 할증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한시 적용된다. 해당 기관 설립 250년 역사상 최초로 유가 변동을 상업 택배 운임에 직접 연동시킨 조치다. 1종 일반 우편물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USPS의 이번 조치는 구조적 한계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SPS의 2007년 이후 누적 손실은 1180억 달러에 달한다. 데이비드 스타이너 미국 우정국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연간 1040억 통의 우편물 감소를 겪었으며, 생존을 위해 차입 한도를 늘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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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PS는 이번 조치를 '운송 관련, 한시적 가격 조정'으로 규정하며 경쟁사 할증 기준의 3분의 1 이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여파는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SPS는 아마존 배송 물량의 약 80%(연간 17억 개)를 처리한다. USPS의 요금 인상은 미국 이커머스 원가 구조 전반의 재평가를 뜻한다.

글로벌 민간 물류 대기업의 반응 속도는 더 빠르다. 페덱스가 공지한 4월 13~19일 주간 지상 배송 연료 할증요율은 27.25%이다. 국제 항공 수출입 화물 할증은 37.00~40.75%, 기업 간 대형 화물은 52.20%까지 치솟았다. UPS 역시 지난 13일부터 지상 배송 연료 할증을 미국 고속도로 평균 디젤 가격에 연동시켜 매주 기계적으로 부과한다. 해상에서는 글로벌 2위 해운사 머스크는 긴급 벙커 할증료(EBS)를 전격 도입했다. 1000% 이상 폭등한 해상 전쟁위험 보험료가 운임을 더욱 밀어 올리고 있다.

아마존도 배송비 높여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도 버티지 못했다. 아마존은 셀러 센트럴 공지를 통해 지난 17일부터 미국·캐나다 지역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 및 원격 배송 서비스에 3.5%의 연료 및 물류 관련 임시 할증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음 달 2일부터는 '바이 위드 프라임(Buy with Prime)' 등 외부 채널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할증 부과를 확대한다. 아마존은 셀러들에게 품목당 평균 0.17달러 수준이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중소 셀러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작년 미국 연간 이커머스 매출은 1조 2337억 달러였다. 전체 소매 판매의 16.4%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4분기 기준 미국 대형 소매기업의 평균 세후 이익률은 5.3%에 불과했다. 운송비가 3.5%에서 27%까지 치솟는 구간에서 중소 판매자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D2C 제조사 아메리칸 프로버넌스의 카일 라폰드 대표는 AP통신 인터뷰에서 "회사 배송비가 이미 30~40% 올랐다"며 "관세 대응으로 가격을 20~30% 올린 상황에서 이번 연료비 급등이 여름까지 이어지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셰일·석유 기업들이 올해 벌어들일 추가 초과 수익은 63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정유 설비 가동률은 92%를 상회한다. 3월 정제 제품 수출은 사상 최대였다. 엑슨모빌, 셰브런 등 원유를 직접 채굴하는 생산자들은 막대한 잉여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밸류체인의 위치에 따라 해당 기업의 명암이 엇갈렸다는 분석도 있다. 외부에서 비싼 원유를 매입해 정제해야 하는 일부 다운스트림 정유사는 원가 압박의 직격탄을 맞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유기업 필립스 66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로 1분기 세전 약 9억 달러 규모의 재고 평가 손실을 예고했다.

이른바 '수요 파괴'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거시 경제 침체와 가계 소비 축소로 이어져 결국 원유 수요 자체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석유 분석가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3월 1일부터 4월 10일 사이 미국 가계가 휘발유·디젤에 쏟아부은 추가 지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4억 달러 급증했다"라며 "부활절 직전 주간 미국 휘발유 수요는 하루 860만 배럴로 전년 대비 9% 급감했다"라고 분석했다.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

이런 실물 경제 충격은 거시 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취약한 지점은 가계 실질 가처분 소득의 감소다. 가스버디 추산대로 주유소에서 104억 달러가 추가 유출됐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소득이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 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미시간대학교 4월 초 소비자심리지수는 47.6으로 전월(53.3) 대비 급락했다. 시장 예상치(52.0)를 밑돌았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8%에서 4.8%로 치솟았다. 에너지 쇼크가 원가 상승 단계를 넘어, 경제 주체들의 물가 불안 심리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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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번 충격은 크고, 전 지구적이며, 국가별 파급력이 크게 다른 비대칭적 공급 쇼크"라고 규정하며 "전 세계 하루 원유 흐름의 약 13%, LNG 흐름의 약 20%가 차질을 빚고 있으며 설령 평화가 오더라도 이전 상태로 깔끔하게 복귀하기 어렵다"라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월 중간 전망에서 에너지 충격 지속 시 2년 차 세계 GDP 성장률이 기준 전망 대비 0.5%포인트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는 첫해 0.7%포인트, 둘째 해 0.9%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입 교역 의존도가 절대적이고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도 영향을 받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최근 3년간 대체로 70% 안팎을 유지해 왔다. 호르무즈 봉쇄의 장기화는 정제 설비 다변화를 가로막고 조달 비용 급등으로 직결된다.

환율도 방어선에 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 3월 말 1530.1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1400원대로 다시 떨어졌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지속 위협하고 있다.

수입 인플레이션 압력은 실물로 이어졌다. 통계청 기준 3월 교통 부문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3.4%,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글로벌 에너지 쇼크가 제조업 원가를 넘어 가계 운송·교통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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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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