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전 이집트 미라가 품은 ‘일리아드’…“사후세계 입장권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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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전 이집트 미라가 품은 ‘일리아드’…“사후세계 입장권이었나”

입력 : 2026.05.17 11:32

점토 봉인된 채 미라 위에서 발견돼
그리스 문학 장례에 사용된 첫 사례

미라가 안치된 고대 이집트 석관들. EPA 연합뉴스

미라가 안치된 고대 이집트 석관들. EPA 연합뉴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함께 묻힌 약 2000년 전 이집트 미라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학 작품이 이집트인의 사후 세계를 위한 주술적 도구로 사용된 정황이 처음 확인됐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발굴팀은 이집트 중부 엘바흐나사 인근 고대 도시 옥시린쿠스 유적에서 비왕족 남성 미라를 조사하던 중 특별한 유물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무덤 65’에서 비(非) 왕족 남성의 미라를 조사하던 중 미라 외부에 점토로 봉인된 꾸러미를 찾아냈고, 내부에서 심하게 훼손된 파피루스 조각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약 6년에 걸친 복원과 분석 작업 끝에 이 파피루스가 약 2800년 전 일리아드의 일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파피루스에는 ‘일리아드’ 2권의 유명한 ‘함선 목록’ 구절이 적혀 있었다.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그리스 연합군 지휘관들의 출신 지역과 병력, 함선 규모 등을 기록한 대목이다.

연구진은 파피루스의 접힌 형태와 봉인 흔적을 분석한 결과, 문서가 미라 제작 작업장에서 의도적으로 제작된 뒤 시신 위에 올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로마 지배 시기에 들어 그리스와 이집트 문화가 융합하면서 봉인된 파피루스 꾸러미를 시신과 함께 묻는 새로운 장례 풍습이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자의 서’나 ‘호흡의 서’ 같은 장례 문헌을 미라와 함께 묻어 죽은 자가 저승 세계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스 문학 작품이 실제 미라 제작 과정에서 기능적·주술적 역할을 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마령 이집트 사회에서 그리스 문화와 정체성은 부와 사회적 특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학자들은 이런 점이 장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대 이집트학자 포이 스칼프는 “그리스 문학 작품이 주술 부적처럼 사용됐다는 간접 증거는 있었지만, 이번 발견은 이를 직접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 후기 고대 이집트에서는 호메로스 작품 일부가 질병 치료나 주술 의식에도 활용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오스트리아 고고학연구소의 역사학자인 안나 돌가노프는 ”일리아드를 함께 매장한 행위가 이집트의 복잡한 저승 세계 대신 그리스식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문화적 통행증’처럼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유물이 발견된 옥시린쿠스 유적은 고대 파피루스 문헌이 대량으로 발견된 곳으로 세계적인 고고학 유적지다. 19세기 말 영국 고고학자들은 이 지역의 쓰레기 더미에서 40만점이 넘는 파피루스 조각을 발굴했다. 이를 통해 사포와 에우리피데스 같은 고대 시인·극작가들의 작품도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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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0년 전 이집트에서 발견된 비왕족 남성 미라와 함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일부가 담긴 파피루스 꾸러미가 발굴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파피루스는 미라 제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사례는 그리스 문학이 이집트 장례 문화에 주술적 역할을 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다.

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그리스와 이집트 문화의 융합을 반영하며, 새로운 장례 풍습의 등장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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