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도 한 게임만 이길 수는 있지만, 수십 년간 강팀이 되긴 어렵죠. 30년간 일관적인 퍼포먼스를 내는 게 몬테스의 힘입니다."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비냐 몬테스의 수석 와인메이커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Aurelio Montes Jr.)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일관성을 지켜나가되, 남들이 미쳤다고 할 만한 창의적인 실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몬테스는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누적 판매량 1700만병을 돌파하며 국내 단일 와인 브랜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담 만찬, 2019년 칠레 대통령 방한 만찬에도 몬테스의 와인(몬테스 알파 엠)이 테이블 위에 올랐을 정도로 국내 외교 행사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몬테스 주니어는 1987년 와이너리를 창업한 아버지 아우렐리오 몬테스 시니어의 뒤를 이어 몬테스 브랜드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몬테스 와인이 많이 팔리는 나라"라며 "카르미네르 등 국내에서 아직 생소하지만 잠재력 있는 새로운 품종의 매력도 꾸준히 알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Q. 한국에서 ‘몬테스 알파’의 인기가 독보적인데.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동시에 아주 강력한 브랜드를 책임지고 있다는 묵직한 책임감도 다가온다. 와인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바로 ‘일관성’과 품질이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단 한 번의 골을 넣거나 딱 한 게임을 이기는 것은 비교적 쉽다.
와인 역시 한 해만 반짝 잘 만드는 것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소비자가 잔을 들이켰을 때 ‘와우’ 할 수 있는 퀄리티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몬테스를 가장 많이 사랑해 주는 나라다.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매 순간 타협 없이 품질의 일관성을 지켜나가려고 한다.”
Q. 최근 ‘올해의 카르미네르 와인메이커’로 선정됐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품종인데.
“카르미네르는 한마디로 ‘용감한 사람들’을 위한 품종이다. 제대로 된 카르미네르는 오직 칠레의 독특한 지형적 조건에서만 만들어지는데, 그만큼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포도 껍질이 워낙 두꺼워서 자칫 잘못 다루면 특유의 풋내가 와인에 남게 된다.
이를 극복하려면 포도가 완벽하게 익을 때까지 인내하며 길게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차가운 겨울이 코앞까지 찾아온다. 만약 비가 내리고 겨울이 들이닥치면 그해 농사를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엄청난 리스크가 있다. 오직 포도의 가능성만 보고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한 셈이다.
그렇게 탄생한 좋은 카르미네르는 진한 블루베리 향과 매콤한 스파이스, 그리고 부드러운 타닌이 입안을 감싼다. 재미있는 건 이 와인이 한국 음식과 가장 완벽하게 어울린다는 점이다. 삼겹살 같은 돼지고기 바비큐는 물론이고, 김치나 와사비를 곁들인 스파이시한 요리와 함께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와인의 부드러운 타닌이 매운맛과 기름진 맛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아시아 중에서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서 카르미네르가 가장 잘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Q. 몬테스는 주변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실험들을 즐기는 것 같다. 최근 추진 중인 ‘파타고니아 프로젝트’는 어떤 도전인가?
“칠레 와인의 진짜 힘은 ‘호기심’과 ‘창의성’에 있다. 우리는 늘 새로운 스타일과 다른 지역, 새로운 품종에 도전해 왔다. 그 정점이 바로 우리의 마지막 여정인 ‘파타고니아 프로젝트’다. 파타고니아 극지방에 있는 칠로에 메추케 섬에 와이너리를 만드는 도전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동안 했던 도전 중 가장 미친 짓이었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을 날아간 뒤, 보트를 타고 1시간을 가고, 또다시 20분을 걸어가야 겨우 닿는 혹독한 극지방이다. 2년 동안 영혼을 갈아 넣었지만 연 최대 생산량은 고작 400병밖에 안 된다. 비즈니스 관점의 비용은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와인업계의 ‘돈키호테’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몸은 엄청나게 고되지만,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극한의 땅에서 새로운 와인을 창조해 내는 과정은 여전히 그 무엇보다 짜릿하다.”
Q. 몬테스의 아팔타 와이너리는 365일 내내 오크통에 그레고리아 성가를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악이 실제로 와인 맛을 더 좋게 만든다고 믿나?
“아버지는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으셨고, 그 철학을 담아 아팔타 와이너리를 철저히 풍수지리에 맞춰 설계하셨다. 그 결과 만들어진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물이 얼 때 음악에 반응해 제 각기 다른 결정을 만든다는 에모토 마사루 박사의 연구를 믿는다. 365일 지하 저장고에 흐르는 그레고리아 성가의 깊은 진동은 아기를 재우는 평온한 자장가 같다. 이 우아한 파동이 오크통 속 액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
사실 더 중요한 본질은 ‘환경’에 있다. 풍수와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장소는 일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행복한 사람이 더 좋은 와인을 만드는 법이기 때문이다. 와이너리를 찾는 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처음엔 웃지만, 이 유니크한 공간에서 숙성된 와인을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모두가 그 기적 같은 스토리에 깊이 공감하곤 한다.
Q. 아버지인 몬테스 시니어에 이어 2대째 일하고 있다. 몬테스의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는 여전히 한국을 앞다퉈 찾을 정도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일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공과 실패를 인정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많은 도전에, 지금처럼 함께 열린 마음으로 맞서나갈 것이다.”
정소람 기자

5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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