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저평가 탈출 코스피 … '상속세 개편'으로 장기랠리 길터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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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7년 저평가 탈출 코스피 … '상속세 개편'으로 장기랠리 길터줘야

입력 : 2026.07.0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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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2300 안팎을 횡보하고 있었다. 필자가 증권회사에 입사했던 1988년 당시 코스피가 1000 수준이었으니 무려 37년 동안 겨우 2배 남짓 상승하는 데 그친 것이다. 그사이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 규모로 당당히 성장하고 물가·부동산·금값 등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치솟는 동안에도 주식시장만큼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저평가의 터널은 길었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시작됐다. 침묵하던 코스피가 불과 14개월 만인 올해 6월 22일, 거짓말처럼 9000을 돌파하며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은 것이다. 한 국가의 대표 지수가 1년 만에 4배 가까이 급등한 것은 세계 금융사를 통틀어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최근의 이 거침없는 랠리는 기업 실적 개선과 풍부한 유동성, 정부의 정책 변화 그리고 뜨겁게 달아오른 투자심리가 맞물린 결과다.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게 된다. 대체 왜 한국 증시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갇혀 있었던 걸까? 그리고 지금의 대폭등은 수십 년간 억눌려 온 가치가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가는 '진정한 재평가'의 시작일까? 그 답은 사뭇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꽤 명료하다. 오랜 기간 국내 증시를 짓눌러 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마침내 해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거대한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 지정학 리스크와 중후장대 탈피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촉발한 대표적인 원인은 '지정학적 리스크'였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국내 증시는 요동쳤고, 해외 투자자들은 이를 한국 시장의 상시적 위험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전혀 다르다. 북한 관련 이벤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졌고, 투자자들의 반응 또한 한층 차분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증시 판도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로서의 영향력은 상당 부분 희석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다른 고질병으로 지적되던 '산업구조의 한계' 역시 옛말이 되었다. 한때 한국 기업들은 대외 의존도가 높고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 중심이어서 안정적인 프리미엄(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수십 년 전만 해도 코스피의 주력은 철강, 화학, 조선, 기계, 건설 등 전형적인 중후장대 산업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면면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시총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글로벌 AI 인프라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우뚝 섰다. 이뿐만 아니라 2차전지, 피지컬 AI, 우주항공, 바이오, 방위산업 등 인류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 산업의 최전선에 국내 대표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과거 경기민감 산업에 갇혀 있던 한국 증시가 첨단 기술 중심의 구조로 완전히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결국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던 지정학적 리스크와 취약한 산업구조 프레임은 이제 국내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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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 개정'이라는 역사적 전환점

그럼에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됐던 가장 큰 이유는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와 미흡한 투자자 보호 장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상법 개정 이전의 한국 시장에서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주주들이 보유한 1% 지분은 1%의 권리를, 10% 지분은 10%만큼의 권리를 부여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는 20~30%의 지분을 들고 있는 지배주주가 합병이나 분할, 터널링 등을 통해 70~80%의 지분을 보유한 일반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훼손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의사결정이 당시 제도 아래에서는 대부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시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비율 산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고, 상법 제382조 제3항(제382조의3)의 이사의 충실의무 역시 '회사'를 대상으로 규정돼 있어 이사가 모든 주주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할 법적 의무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오랫동안 한국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렸고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다시 말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에는 단순한 실적이나 산업구조가 아니라 소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보호하지 못한 제도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7월 상법 제382조 제3항 개정을 계기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모든 주주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면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할 법적 의무가 만들어졌다. 이는 기업 합병, 분할 과정에서 모든 주주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가 됐다.

물론 법 개정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일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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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제 개편과 가업 승계의 딜레마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일치시키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기를 원한다. 배당이 늘어나고 자사주가 소각되며 기업가치가 상승해 주가가 오르는 것은 모든 투자자의 공통된 바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일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과거에는 배당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이 지방세를 포함해 49.5%에 달한 반면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는 지방세를 포함해 27.5%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세제 구조에서는 배당을 통해 이익을 환원하기보다 내부에 유보한 뒤 기업가치 상승을 통해 장기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지배주주 입장에서 더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이 같은 구조는 자연스럽게 낮은 배당성향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오랜 기간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최근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으로 세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이러한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배당과 관련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는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부합되고 있으며 사실상 대부분 해소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일정 수준의 세율 차이가 남아 있다는 점은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주가와 가업 승계의 문제다. 현재 한국의 법정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최대주주 할증평가까지 적용되면 실질적인 부담은 60%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며, 많은 기업가들이 원활한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경영권 승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준비되지 않은 2·3세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역량을 갖춘 후계자라면 기업의 지속성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안정적인 승계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논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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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향해

결국 중요한 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일이다.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이익을 얻는 구조가 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마지막 퍼즐도 비로소 맞춰질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는 곧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고, 기업의 성장으로 창출된 결실은 모든 투자자가 함께 나눠 가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일본은 약 18배, 대만은 2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 시장이 구조적인 할인 요인을 해소하고 기업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통한 추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주주 간 이해관계의 불일치라는 마지막 퍼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자본시장의 진정한 재평가와 장기적인 가치 상승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완화되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완전한 해소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세제와 지배구조, 상속제도, 주주환원 정책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와 장기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완전한 해소는 단순히 주가를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화롭게 일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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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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