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韓·佛 문화 가교 역할한 '대통령의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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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CICI 이사장이 15일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고 있다. /이솔 기자

최정화 CICI 이사장이 15일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고 있다. /이솔 기자

‘대통령의 통역사’로 불리는 최정화(70)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연구원(CICI) 이사장이 15일 프랑스 국가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한국 여성 최초로 받았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림동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열린 수훈식에는 프랑스 대통령을 대신해 필립 베르투 주한프랑스대사가 훈장을 수여했다. 최 이사장은 2003년 한국 여성 최초로 레지옹 도뇌르 기사장 ‘슈발리에’를 받은 바 있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제정한 국가 최고 권위의 훈장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프랑스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 학술, 스포츠 분야에 공적이 있거나 국위 선양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수여한다.

최 이사장은 199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교육공로훈장을, 2000년 통번역 학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시아인 최초로 다니카 셀레스코비치상을 받았다. 베르투 대사는 “소통의 달인으로서 한·프랑스 관계 증진에 수십 년간 한결같이 노력해왔다”며 “뛰어난 자질로 헌신적인 기여를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수훈의 의미를 밝혔다.

최 이사장은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제 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1986년 아시아인 최초로 통번역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다가 1987년 귀국해 30여 년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했고, 지금은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는 ‘대통령의 통역사’로 잘 알려져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수많은 대통령의 한·프랑스어 통역을 수행했고, 지금까지 2000회 이상 국제회의 통역을 맡았다.

2003년에는 CICI를 설립해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힘썼다. 한국이미지상 시상식, 문화소통포럼 CCF, 코리아 CQ 포럼, 한국문화 관련 책 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화 교류 및 소통에 앞장섰다.

최 이사장은 한·프랑스 관계에 중추 역할을 하는 ‘한불클럽’에 2015년 창립 멤버로 참여해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소르본누벨대와 공동으로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포럼(FORUM)’을 유네스코 후원으로 창간하는 등 성과도 냈다. 최 이사장은 “낙숫물이 큰 돌을 뚫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감사한 날”이라며 “두 나라 문화의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 신념과 양국 친구들의 우정이 오늘을 만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수훈식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풍산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이광형 KAIST 총장 등을 포함해 베르투 대사,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유럽연합(EU)대사,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등 14개국 대사가 참석했다. 정민 강릉시립교향악단 지휘자, 데이비드피에르 잘리콩 한불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5개 등급으로 나뉜다. 크랑크루아(대십자), 그랑도피시에(대장군), 코망되르(사령관), 오피시에(장교), 슈발리에(기사) 등인데 첫 수훈 이후 등급마다 최소 5~8년이 지나야 다음 단계로 승급된다. 지금까지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를 받은 한국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 7명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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