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경 매경 인터뷰서 청년 응원
“실패에 교훈 얻어 성장하라” 강조
5년 간 5000여개 시제품 만든 끝에
다이슨 상징 기술 집약 청소기 개발
정답만 외우는 학교 교육엔 한탄해
“실패 통해 몸으로 배우는게 배움”
모방품 제품엔 “한발 앞서가는 것”
세계적인 발명가인 제임스 다이슨 경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청년들에 대한 조언으로 가득 채웠다.
올해로 78세를 맞은 그는 청년들을 향해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성장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진보를 원한다면 실험과 실패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너무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어쩌면 성공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을 때일 수 있다고 했다.
다이슨 경은 지난 22일 일본 도쿄의 박람회장 스페이스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생의 성공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장거리 달리기를 해왔다”면서 “그래서 ‘지구력’의 중요성을 잘 아는데 마라톤 같은 경주를 하다 보면, 중간쯤에 정말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바로 그 순간이 속도를 더 내야 하는 순간”이라며 “그때는 다른 경쟁자들도 모두 지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이슨 경은 “제품 개발도 마찬가지”라며 “이제 정말 다 해봤다. 이쯤에서 포기하자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있는데, 그때 딱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바로 성공이 코앞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청년들을 향해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으라고 외친 까닭은 그의 삶이 실패로 점철돼 있어서다. 다이슨 경은 1974년 27세의 나이로 회사를 설립하고 바퀴 대신 공을 적용한 신개념 수레인 ‘볼배로’를 개발했지만, 투자자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약 5년간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든 끝에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다이슨의 상징인 ‘사이클론’ 기술을 적용한 청소기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을 제패했고, 그 공로로 2007년 엘리자베스 2세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다이슨 경은 오늘날 학교 교육에 대해 한탄했다.
그는 “학교에서 실험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면서 “지금은 정답을 외우고 반복하는 교육이 많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실패를 통해 몸으로 배우는 것이 진짜 배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에 대해 점수를 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면서 “다이슨 내에서는 아무리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무시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바보 같아 보여도 그런 아이디어가 더 흥미로운 방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이슨은 경쟁사 제품보다 더 빠르고 더 깨끗하게 세탁해주는 콘트라로테이터 세탁기, 오늘날 스마트 글라스와 꼭 닮은 다이슨 할로, 5년간 5억파운드(93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실패를 순순히 인정했다.
다이슨 경은 “엔지니어라면 실패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성공하면 왜 성공했는지를 묻지 않지만,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가 더 교육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철학은 대학 개교로 이어졌다. 다이슨 경은 2017년 영국 남서부 맘즈버리에 자유로운 분위기, 등록금 전액 무료, 급여 지급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건 실험 중심의 다이슨 공대를 설립했다. 소문이 나자 옥스퍼드·캠브리지대 같은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고 다이슨 공대를 노크한 신입생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다이슨 경에게 ‘청년들에게 당신처럼 창업을 권하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그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처럼 큰 성공을 거둔 젊은 창업자도 있지만, 다른 회사에서 먼저 경험을 쌓으면서 어떤 문제를 풀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내 조언이 꼭 옳다고는 할 수 없다”고 웃었다.
이어 “나는 조언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조언은 결국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경험은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방식’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이슨 경은 “(내가 하는 조언이) 지금 세대나 앞으로 상황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내가 미쳤다고 말했지만, 나는 결국 그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말을 믿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라는 메시지다.
그는 청년들에게 큰 희망을 걸었다. 다이슨 경은 “젊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환경·건강과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가 점점 사회문제에 집중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에는 낙관적이지 않지만 젊은 세대의 가능성에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기기를 다루는 것을 갈수록 어려워하는 노령층이 늘고 있다’는 말에 그는 “나 역시 손에 관절염이 있어 무언가를 오래 들고 있는 게 힘들다”면서 “그래서 제품을 가볍게 만들고 사용법도 단순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발표한 ‘펜슬백’ 청소기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국산 저가 유사 제품이 잇따르고 있는데, 어떻게 브랜드 독창성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항상 한발 앞서나가는 것뿐”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성능과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학교에서는 누군가의 과제를 베끼면 퇴학당하고 음악이나 예술은 복제가 금지되지만, 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다르게 여겨지는 게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런 (복제) 행동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엔지니어링이며, 기술 개발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이슨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제품에 있어 성능을 최우선시한다. 다만 다이슨 경은 “가끔은 제품의 형태가 기술을 이끄는 사례도 있다”면서 “예를 들어 손잡이를 더 크게 만들면 더 큰 모터를 넣을 수 있지만 무게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성능과 사용성이 떨어져 그 안에서 가장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펜슬백은 얼핏 보면 단순한 막대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무게중심을 매우 정교하게 분산한 숨은 기술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새로 진출할 산업을 정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질문을 할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고, 분명한 것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웃어 보였다.
[도쿄 =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