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뿐인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상 확충… ‘임종 난민’ 막는다[‘임종 난민’ 갈길 먼 존엄한 죽음]

3 days ago 13

복지부 ‘연명의료 종합계획’ 발표
특화된 모델 개발해 수요 맞추기로… 연명의료 중단 시기 앞당기는 방안에
의료계 “공감” 일각 “비윤리적” 반대… ‘말기환자’ 객관적 기준 제시돼야

올 4월 충북 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청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올 4월 충북 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청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부가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동시에 요양병원으로 호스피스를 확대하려는 것은 환자들의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연명의료 중단 시기가 임종기로 제한돼 있어 생의 마지막까지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를 무의미하게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에도 호스피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요양병원과 자택, 응급실 등을 떠돌다 숨지는 ‘임종 난민’이 지난해 5만7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국민 4명 중 1명이 생을 마감하는 요양병원 대다수에서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완화해 주는 호스피스를 운영하지 않아 호스피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 연명의료 중단 말기로 확대 추진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현재 임종기에서 말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윤리위원회도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확대한다.

또 이르면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온라인으로 연명의료 중단 여부와 호스피스 이용 의사 등을 미리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게 된다.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달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339만 명을 넘어섰지만, 지금까진 종합병원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직접 방문해야 해 불편함이 컸다.

하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의향서를 등록하려면 영상, 문서 등을 통해 교육을 받고 관련 내용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아울러 말기나 임종기 환자가 주치의와 상의해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히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말기가 예견되는 시점’으로 앞당긴다.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상도 대폭 확충된다. ‘입원형’, ‘가정형’ 호스피스와 달리 요양병원 호스피스는 2016년부터 시범사업 형태로만 운영돼 왔는데, 제도적 기반이 부족해 현재 참여하는 요양병원은 전국 5곳,병상은 56개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요양병원부터 병상을 확충하기로 했다. 아울러 요양병원에 특화된 호스피스 모델도 개발할 방침이다.● “재택 임종 지원, 사전돌봄계획 수립 필요”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은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윤리적인 이유 등으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현대판 고려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식이나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과 간병 부담을 고려해 떠밀리듯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가족 간의 갈등이나 치료 가능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말기 환자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의학적 판단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 중단 시점을 특정 시기가 아니라 ‘환자가 치료 목표를 논의할 수 있는 시점’ 등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재용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장)은 “말기의 개념은 질병마다 천차만별”이라며 “임종이 예측되는 시점으로 정하고 임종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연명의료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국보다 앞서 연명의료 중단이 폭넓게 시행되는 유럽, 미국 등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을 ‘의료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때’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택 임종 지원 등 생애말기 돌봄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재택 생애말기 돌봄, 가정형 호스피스 확대 등 제도 확대를 통해 보호자가 돌봄 부담이나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사전돌봄계획’을 세우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 생애 말기 어떤 치료를 지속할지부터 임종 장소와 장례 형태까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완화의료센터장은 “연명의료 계획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환자가 원하는 존엄한 죽음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