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경기,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최악의 현실과 직면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 3연전 최종전 1-2로 졌다. 이 패배로 54승 55패를 기록,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5할 승률 밑으로 가라앉았다.
홈 6연전을 모두 졌다. ‘엘리아스 스포츠’에 따르면, 자이언츠가 구단 역사상 6연전 이상의 홈 연전을 모두 패한 것은 1896년 이후 처음이다.
밥 멜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낙담한 표정으로 “5할 승률 밑이다. 그게 지금 우리 위치다. 우리 스스로를 그런 위치에 놓이게 만들었다. 오늘도 또 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런 이들을 더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이 경기 도중 전해졌다. 팀의 셋업맨이던 타일러 로저스를 뉴욕 메츠에 내주고 우완 호세 부토와 블레이드 티드웰, 그리고 외야수 드류 길버트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단기 임대 불펜’을 내준 것 치고는 상당히 좋은 대가를 받은 트레이드이지만, 7시즌 동안 샌프란시스코 한 팀에서 뛰어왔으며 현재 리그 최고 불펜 투수 중 한 명인 로저스를 트레이드로 내줬다는 점은 팀에 큰 충격으로 다가온 모습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선수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불펜에서 로저스와 함께 있었던 라이언 워커는 “타일러는 꾸준히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던 선수”라며 동료의 이적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모두가 이 소식에 실망했다. 그는 우리 팀의 키플레이어였다. 그런 선수가 떠나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것도 야구의 일부”라며 말을 이었다.
이날 선발 등판을 마친 뒤 저스틴 벌랜더, 로비 레이 등 동료 선발들에게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고 밝힌 로건 웹은 “타일러는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오프시즌 기간에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꽤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동료”라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아끼는 동료를 잃은 것은 결국 팀이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지구 선두를 넘봤던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14경기 중 12경기, 16경기 중 13경기를 지면서 추락했다.
3루수 맷 채프먼은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날 때가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주루와 수비에서 많은 실수를 했고, 특히 좋은 팀을 상대할 때 대가를 치렀다. 짜증나는 일이다. 우리는 홈 6연전을 모두 졌다. 프런트에게 (팀을 유지해야할) 어떤 이유도 제공하지 못했다. 우리 스스로를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 모두가 화가 난 상태”라며 팀 분위기를 전했다.
앞으로 24시간 정도 남은 트레이드 이적 시장, 더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날 수도 있다.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워커는 “지금이 이상한 시기 아닌가. 잘 모르겠다.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다.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고, 웹은 “지난 한 달 반 동안 우리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트레이드 마감 시장에서 행보는 팀의 사기와도 직결된다. 성적이 부진한 팀이 ‘바이어’로 나서며 팀 사기가 올라가 결국 가을야구까지 가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가는 경우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6월 중순 당시 최고 타자였던 라파엘 데버스를 영입했음에도 추락했다. 그리고 이제 ‘셀러’가 됐다.
그러나 포기는 이르다. 이날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준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나는 오랜 시간 버스터(버스터 포지 사장)를 알아왔고, 그가 하는 일들을 믿고 있다. 그는 팀을 위해, 이 구단 조직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로저스를 트레이드했다고 해서 그가 이 팀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는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프런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그리고 아직 두 달의 시즌이 남았고,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이 방에 있는 선수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그러지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여전히 이 팀을 믿고 있으며, 매일 100%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멜빈 감독은 “우리는 여전히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펜 선수층은 여전히 두텁다. 돌아올 선수들도 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에는 변함이 없다”며 아직 시즌을 포기한 상태는 아님을 강조했다. “여전히 우리는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의 기대치가 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로저스가 없는 불펜에 적응해야한다. 멜빈은 “랜디 로드리게스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예전보다 조금 더 후반부에 기용될 것이다. 워커도 오늘처럼 후반부에 더 자주 나올 것이다. 에릭 밀러도 곧 돌아온다”며 불펜 운영에 일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