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 앞, 한낮 더위에 학생들은 그늘 아래로 몰렸어요. 교복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연신 부채질을 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죠. 인근 편의점의 얼음컵과 아이스크림은 빠르게 비워졌어요. 한 학생은 “아직 6월인데도 벌써 한여름 같다”며 “등하굣길이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의 체감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닙니다. 6월 들어 서울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졌고, 기상청도 6월과 7월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60%로 내다봤어요. 예년 이맘때보다 더 더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뜻입니다. 작년 같은 확률이 40~50%였고 실제로 작년 여름이 역대 가장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올여름 역시 고온다습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말, 이제는 너무 익숙하죠. 그러나 지금의 기후위기는 단순히 지구가 조금씩 따뜻해지는 수준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고, 지구 가열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습니다. 폭염과 산불, 홍수 같은 극한 현상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입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적은 불균형 상태에 있어요. 원래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만큼 다시 우주로 돌려보내면서 온도를 유지해야 해요. 이때 대기 중의 온실가스는 지표에서 방출되는 열의 일부를 붙잡아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있는 온도로 유지하죠.
하지만 산업화 이후 인류가 내뿜은 과도한 온실가스가 이 균형을 깨뜨렸어요. 대기 중에 쌓인 가스들이 열이 방출되는 것을 방해하면서 들어오는 에너지가 나가는 에너지보다 많은 상태가 된 것입니다. 지구 안에 갇혀서 배출되지 못한 잉여 에너지는 대부분 바다로 향해요. 바다가 인류를 대신해 막대한 열기를 받아내는 열 저장고 역할을 하는 셈이죠.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중심에는 ‘엘니뇨(El Nino)’가 있어요.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수만 ㎞나 떨어진 적도 태평양의 온도를 주목하는 걸까요? 태평양은 지구에서 가장 넓은 바다이자 거대한 열 저장고이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태평양은 무역풍이라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 따뜻한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내요. 그리고 그 빈자리를 심해의 찬물이 채우면서 바닷물 온도의 균형이 유지됩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등으로 무역풍이 약해지면 따뜻한 바닷물이 동쪽에 머물게 되면서 바다를 뜨겁게 달굽니다.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상승한다는 것의 이면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숨어 있어요. 바다의 온도를 1도 올리기 위해서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수천만 개를 터뜨리는 것과 맞먹는 열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제는 지구가 스스로를 더 뜨겁게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입니다. 북극의 하얀 얼음은 원래 햇빛의 상당 부분을 반사하지만, 지구 가열화로 얼음이 녹아 바다가 드러나면 반대로 햇빛의 90%를 흡수해요. 뜨거워진 바다는 얼음을 더 빨리 녹이고, 이는 다시 바다를 더 뜨겁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또한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처럼 1년 내내 땅속이 얼어붙어 있는 영구동토층도 녹고 있어요. 영구동토층이 녹게 되면 그 안에 있는 메탄이 대기로 뿜어져 나와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00배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지구 가열화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이번 현상이 지구온난화와 결합했을 때 엄청난 재난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강 교수는 “엘니뇨 시기에는 동태평양 심층의 찬 바닷물이 평상시와 다르게 잘 올라오지 못해서 지구 평균기온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면서 “지구는 계속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에 엘니뇨 시기가 도래하면 두 효과가 중복적으로 작용해 지구 평균기온의 최고치로 기록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그는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가뭄, 산불, 태풍, 홍수 등의 극한 현상과 그에 따른 피해 지역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변화는 결국 대기와 강수 패턴을 바꾸고, 그 부담은 사회 인프라스트럭처에 그대로 전가됩니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가 우리 사회 기반 시설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해요. 강 교수는 “기온이 1도 오르면 공기가 담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6~7% 증가한다”면서 “온난한 환경에서 대기는 그만큼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되어 강수량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해요.
전문가들은 지구 가열화에 대한 대응을 두 갈래로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해요. 하나는 이미 커진 재난 위험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가열화 자체를 늦추기 위한 감축 노력입니다. 인류의 기술적 대응과 소비자의 실천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화석연료를 대체할 태양광 발전 비용은 지난 10년간 90%나 하락하며 경제성을 확보했어요.
결국 기후위기의 핵심은 우리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강 교수는 “변화하는 기후 상황을 단지 자극적인 뉴스로 소비하는 것은 우리를 재해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청소년들이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배경과 원리를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하며,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그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는 태도가 개인 실천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덕식 기자·김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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