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처럼 알려진 이 기준만 지키면 건강수명을 늘리기에 충분할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행동과학자 크리스 맥도널드(Chris Macdonald) 박사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 발표한 관점 논문에서 현재 영국의 운동·단백질 권고는 건강을 ‘최적화’하기보다는 결핍을 막는 최소 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윤지현 교수는 동아닷컴과 인터뷰에서 “국내 운동과 영양 권고 역시 국민 전체의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을 위한 공중보건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며 “개인의 근육량을 최대한 보존하거나 건강수명을 최적화하기 위해 맞춤 설계된 처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번 논문은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 운동과 단백질 권고를 건강수명과 신체 기능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최근 학계와 공중보건의 흐름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맥도널드 박사는 낮은 체력과 부족한 단백질 섭취가 현대 사회에서 과소 평가된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 심폐 체력이 매우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약 400%, 근력이 낮은 사람은 약 200% 높다고 소개했다. 반면 흡연은 약 5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수치들은 서로 다른 연구에서 나온 결과여서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낮은 체력이 매우 과소 평가된 건강 위험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성인에게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또는 이 둘의 적절한 조화)과 함께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을 권고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 국가의 권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맥도널드 박사는 이러한 권고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최신 근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최적의 건강 목표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운동 강도를 강조했다.
논문에 따르면 영국 성인 7만 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격렬한 신체활동이 중강도 활동보다 전체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약 4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운동 부족 상태였던 중년 성인이 2년간 고강도 운동을 한 결과 심장 노화와 관련된 주요 구조적 변화가 약 20년의 연령 차이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개선됐다는 연구도 소개했다.다만 처음부터 고강도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 교수는 “운동 강도는 중요하지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고강도를 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습관을 만든 뒤 중강도 이상 운동과 근력운동으로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노년층은 걷기만으로는 근감소증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의자에서 일어나기, 계단 오르기, 탄력 밴드 운동, 가벼운 덤벨 운동 같은 저항운동을 반드시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 가정의학과 정수민 교수(현재 해외 연수 중)도 동아닷컴에 “시간과 강도는 둘 다 중요하다”며 “진료실에서는 ‘하루 30분, 옆 사람과 이야기하기 어려운 정도의 속도로 걷기’를 조언한다”고 말했다.단백질 하루 권고량도 ‘최소 기준’ 벗어나야 하나
논문은 영국의 단백질 권고 기준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 성인의 단백질 하루 권장량은 체중 1㎏당 약 0.75g으로 1991년 제정된 기준이다. 이는 근육 감소를 막거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최적의 목표가 아니라 단백질 부족으로 몸속 근육 등 조직이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 수준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맥도널드 박사는 근력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노년층은 권고량보다 더 많은 단백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실용적인 예시로 체중 약 79㎏인 성인의 하루 단백질 목표를 120g(체중 1㎏당 약 1.5g)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는 건강 최적화를 위한 하나의 예시일 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권장량은 아니다.
윤 교수는 “건강한 일반 성인은 체중 1㎏당 하루 1.0~1.2g 정도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며 “근력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은 1.2~1.6g까지 고려할 수 있지만 그 이상 섭취해도 근육 증가 효과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운동 부족은 심각하지만 단백질은 평균적으로 충분히 섭취하는 편이다.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 성인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6.0%에 그쳤다. 걷기 실천율은 49.2%였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 자료(2022년 기준)에서는 주 2회 이상 근력운동 실천율이 26.1%에 불과했다. 즉 걷기는 비교적 많이 하지만 근력운동까지 병행하는 비율은 낮은 셈이다.
반면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성인의 평균 단백질 섭취량이 권장량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남성 139.3%, 여성 121.5%).
그러나 평균만 보면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은 오히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특히 75세 이상 여성에서는 평균 필요량과 권장섭취량에 모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총 섭취량만큼 하루 세 끼에 나누어 먹는 것이 근육 단백질 합성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한국 노년층은 아침을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 경우가 많아 달걀, 두부, 생선, 살코기, 그릭요거트 같은 단백질 식품을 의식적으로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건강 유지와 근육 보존을 위한 적절한 단백질 섭취량에 대해 “건강한 일반 성인은 체중 1㎏당 하루 약 1.0~1.2g을 현실적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층도 건강한 경우에는 1.0~1.2g정도가 적절하지만, 근감소증 위험이 크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1.2~1.5g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체중 70㎏ 성인이 체중 1㎏당 1.5g을 섭취하려면 하루 약 105g의 단백질이 필요한데, 이는 닭가슴살 약 450g에 해당하는 양이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근육합성 효율이 떨어지는 노년층은 더 많은 단백질 섭취가 필요할 수 있지만, 신장 기능 이상 등 신체 무리를 줄 수 있어 권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조건 많이 먹기보다 자신의 연령과 활동량에 맞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또한 “단백질만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탄수화물·지방을 포함한 전체 식사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을 위해 한국인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생활 습관은 뭘까.
윤 교수는 ‘걷기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꼽았다.
“걷기는 매우 좋은 운동이지만 근육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단백질 섭취를 함께 실천하는 것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윤 교수는 실천법으로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활동 △주 2회 이상 근력운동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매 끼니 단백질 섭취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저강도 운동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과 전체적인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을 꼽았다.
운동 강도와 관련해서는 “운동 초보자가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시작하면 부상이나 횡문근융해증, 심혈관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운동량은 체력에 맞게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백질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요산 증가나 신장 기능 저하 등 부담이 생길 수 있고, 권장량을 맞추다보면 지방과 탄수화물 등 전체적인 섭취량이 늘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건강수명을 늘리는 해답은 운동이나 단백질 한 가지만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 균형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교수는 “단백질 보충제는 식사로 부족할 때 사용하는 보조적 수단일 뿐 기본적인 식사와 운동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운동은 노년이 돼 갑자기 시작하기보다 어린이·청소년 시절과 젊은 시절부터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신체활동을 경험하고 운동을 생활화해야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운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강수명은 노년기에 시작하는 특별한 관리보다 평생 이어지는 운동과 식습관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관련 논문 주소: http://dx.doi.org/10.3389/fnut.2026.185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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