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0조원에 달하는 조세지출(세금 감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회는 최대 2조3000억원 규모의 조세지출 연장 법안을 발의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조세지출 정비를 위한 법 개정 작업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6일 올해 국회에 발의된 세제 관련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1조7933억~2조3259억원 규모의 조세지출 연장 및 확대 방안이 담긴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비용 추계한 법안 중 중복되는 제도를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집계한 수치다.
가장 규모가 큰 법안은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의 일몰 연장안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과 고령자,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의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올 연말 일몰을 앞두고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연장 법안을 발의했다. 김주영 의원안은 적용 기한을 2028년 말까지 2년 연장하는 내용으로 연간 조세지출 규모는 4340억원으로 추산된다. 김선교 의원안은 일몰 규정을 폐지하고 소득세 감면 한도를 현행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높이는 내용이다. 조세지출 규모는 9666억원으로 늘어난다.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안도 발의됐다. 김주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연말 일몰하는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카 개별소비세 감면 기한을 2029년까지 연장한다. 연간 조세지출 규모는 7839억원으로 추산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혼인세액공제의 적용 기한을 2029년 말까지로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혼인신고를 한 부부에게 합산 100만원까지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조세지출 규모는 994억원으로 추산됐다.
국회의 움직임과 달리 정부는 친환경차 개별소비세와 혼인세액공제 감면 제도를 올해 예정대로 일몰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세금 감면보다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정부의 조세지출 정비 작업이 세제개편안에 담겨 국회 심사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감면 연장 법안을 발의한 의원과 관련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조세지출 정비 방안이 후퇴하는 예년의 모습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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