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에서 ‘에이스’는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를 끊어주는 투수다. 팀이 ‘암흑기’를 보내고 있을 때는 연패를 끊어주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키움의 에이스는 하영민(31)이다.
하영민은 지난달 27일 창원 방문경기에서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면서 NC 타선을 1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그 덕에 키움은 3-1 승리를 거두고 팀 창단 최다 타이였던 10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날은 칠삭둥이로 3월에 태어난 아들이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120일 보내고 집에 처음 온 날이기도 했다. 아들 이름은 부부의 성을 따서 지은 하이다.
아빠가 된 하영민은 키움 팬들에게 ‘목동의 아들’로 통했다. 팀이 서울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쓰던 시절(2008~2015년)부터 지금까지 키움에 남아있는 유일한 하영민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던 키움이 4년 연속 최하위를 걱정하게 되기까지 팀의 흥망성쇠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키움이 통산 성적 35승 40패, 평균자책점 4.96밖에 되지 않는 하영민에게 13일 비(非)자유계약선수(FA) 투수 가운데 역대 6위에 해당하는 총액 80억(8년)짜리 ‘잭폿’ 계약을 안겼을 때도 키움 팬들은 놀라지 않았다.키움의 안방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최근 만난 하영민은 “내게 기회가 찾아왔듯 키움도 다시 빛날 날이 올 것이다. 내가 그날이 오게 하겠다”며 “8년 뒤 구단에서 ‘더 남아달라’는 이야기가 나오게끔 마운드에서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포크볼을 장착하면서 왼손 타자 상대가 수월해졌다. 하영민은 2023년까지 왼손 타자 상대 통산 피안타율이 0.331에 달했다. 2024년 하영민의 포크볼을 받아친 왼손 타자 타율은 0.197(137타수 27안타)이었다. 하영민은 이후 20일까지 2년 반 동안 20승을 챙겼다. 문제는 여느 ‘암흑기 에이스’가 그렇듯 패전(27패)도 더 많이 쌓였다는 점이다. 하영민은 “암흑기 에이스는 팀이 가장 어두울 때 팀이 가장 필요한 선수라는 뜻 아닌가. 이 별명이 감사하긴 하지만 앞으로 ‘황금기 에이스’로 바꿔 놓겠다”고 강조했다.
하영민은 올 시즌 4승 5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하며 팀의 탈꼴찌 탈출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3년 연속 10위였던 키움은 올해도 최하위이지만 20일 현재 9위 SSG를 1경기 차로 뒤쫓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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