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꺾은 바둑의 ‘신’…신진서 “인간이 버틸수 있다는걸 증명했다”

10 hours ago 4

2점 접바둑 3국서 221수만에 11집반 승
AI 카타고에 1패뒤 2연승 ‘대역전 드라마’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7.21 뉴스1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7.21 뉴스1

“어느 순간에는 이 바둑을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6년 7월 21일 인공지능(AI) 카타고를 2대 1로 이긴 신진서 9단

“그 수 밖에 보이지 않았다.”
-2016년 3월 13일 4국에서 ‘신의 한 수(제78수)’로 알파고를 이긴 이세돌 9단

현재 세계랭킹 1위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인공지능(AI) 카타고와의 대결에서 최종 2승 1패로 이겼다. 2016년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둔 이세돌 이후 10년만에 인간 바둑기사가 거둔 승리다. 신진서는 1국에서 카타고의 초반 ‘변칙수’에 당황하며 패배했지만 2국과 3국을 내리 이기며 역전했다. 국후 신진서는 “제 승리가 이세돌 사범이 거둔 그 1승에 비한다면 개인적으론 부족한 승리“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국을 통해 인간이 AI에 버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기신전 3국(2점 접바둑)에서 221수 만에 흑 11집 반 승을 거뒀다.

이날 대국은 앞선 1, 2국처럼 흑을 잡은 신진서가 2점을 먼저 깔고 두는 2점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이는 처음에 카타고보다 ‘18집’ 정도를 앞선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원래는 흑이 백에게 ‘덤’ 반집(0.5)집을 주고 시작하지만 AI의 실력을 감안해 이번 기전은 2점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7.21 뉴스1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7.21 뉴스1
3국에서 카타고는 소목을 들고 나왔다. 1국과 같은 변칙수는 나오지 않았다. 신진서는 카타고를 상대로 최대한 전투를 피하며 귀의 실리부터 단단히 챙겨두며 바둑을 두어갔다. 전투로 돌이 서로 엉킬 경우 AI의 무서운 계산력이 힘을 발휘해 사람이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바둑은 내내 서로 집을 알뜰히 챙기는 ‘집바둑’ 양상으로 흘렀다. 카타고가 좌상귀, 좌하귀, 우상귀 등 3곳의 귀에 실리를 마련하는대신 신진서는 우하귀와 좌중앙, 그리고 상변에서 중앙까지 이어지는 곳에 큰 집을 챙겼다.

18집 유리하게 시작한 신진서는 종반까지 약 11집 리드를 유지했다. 카타고가 선방했지만 신진서를 상대로 7집 가량 추격하는 데 그친 것이다. 반대로 신진서가 7집을 내어주는 정도로 AI의 공세를 막아냈다는 뜻이다. 승률 그래프 역시 대국 내내 99% 아래로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아 ‘철벽 방어’를 보여줬다.

결국 바둑은 초반의 우세를 한 순간도 잃지 않은 신진서가 안정적으로 반면을 운영하며 승부를 결정 지었다.

국후 신진서는 “제가 첫수로 반대쪽 소목을 두면 카타고가 비슷하게 진행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이기고 싶지 않아다. 한 칸 차이가 큰 것으로 알고 있어서 (카타고의) 반대로 시작했고, 그래도 초반에 일단 만족스럽게 진행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이벤트에선 제가 (인공지능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게, 그런 도전을 할 것”이라며 또 다른 도전을 시사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7.21 뉴스1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7.21 뉴스1
이날 대국 전 신진서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1국은 카타고, 2국은 신진서가 가져갔지만, 3국은 아무래도 ‘결국은 AI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 이번 대국을 앞두고 신진서가 카타고를 상대로 2점 접바둑을 연습했을 때도 승률은 10% 남짓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점을 깔아도 10번 두면 9번은 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진서는 예상을 깼다. 1국에서는 AI의 변칙수에 당했지만, 2국에서는 극도의 냉정함으로 실리를 챙기고 전투를 피하며 ‘AI 파훼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3국에서는 그 격차를 벌리며 카타고가 아니라 오히려 신진서가 AI로 보였을만큼 완벽한 바둑을 구사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의 5번기 네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이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미디어 중계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뉴시스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의 5번기 네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이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미디어 중계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뉴시스
이는 10년만에 AI를 상대로 인간이 이룬 두 번째 쾌거다. 게다가 앞서 2016년에 ‘이세돌 대 알파고’ 대국에서는 이세돌이 최종 1 대 4로 졌지만, 이번에는 최종 성적에서도 신진서, 즉 인간이 승리했다.

이번에 신진서와 대결한 카타고는 10년전에 이세돌과 맞붙은 알파고와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더 진화한 인공지능이다. 당시의 알파고와 지금의 카타고가 서로 바둑을 둔다면 알파고가 흑으로 3점을 깔고 둬도 승리가 불확실한 정도의 수준 차이다.

2016년 3월 9~15일 진행된 이세돌-알파고 대국에서 이세돌은 1, 2, 3국을 내리 졌지만 4국에서 제 78수, 일명 ‘신의 한수’로 불리는 끼움수를 작렬하며 인류의 첫 승리를 거뒀다. 5국에서는 다시 알파고가 이겼다.

2017년 인공지능 알파고 마스터와의 제3국에서 패배를 직감하자 눈물을 흘리는 중국의 커제 9단. 유튜브 캡처

2017년 인공지능 알파고 마스터와의 제3국에서 패배를 직감하자 눈물을 흘리는 중국의 커제 9단. 유튜브 캡처
이듬해인 2017년에는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중국의 커제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 마스터’와 3번기를 벌였다. 알파고 마스터는 이세돌과 붙은 알파고보다 더 진화한 버전이다. 당시 커제는 한국, 중국, 일본 바둑 기사 중 최강의 기사로 군림했지만, 알파고 마스터에게 3판을 내리 깨졌다. 특히 최종 3국에서는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대국 도중에 분함을 삭히지 못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2017년 인공지능 알파고 마스터와의 제3국에서 패배를 직감하자 눈물을 흘리는 중국의 커제 9단. 유튜브 캡처

2017년 인공지능 알파고 마스터와의 제3국에서 패배를 직감하자 눈물을 흘리는 중국의 커제 9단. 유튜브 캡처
이번에 신진서와 대결한 카타고는 당시 커제를 이긴 알파고 마스터보다도 더 우월하다. 알파고 마스터가 2점을 깔고 둬야 현재의 카타고와 상대가 가능하다.

이는 간접적으로 현재의 신진서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케 해준다. 비록 2점을 깔고 뒀지만, 위 사안을 감안하면 현재의 신진서는 커제를 이긴 알파고 마스터와 비슷하고, 이세돌을 이긴 초기 알파고는 능가하는 수준이다. ‘신공지능(신진서+인공지능)’이란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신진서는 이번 대국 후 “초기에는 이제 그냥 AI 수법을 따라서 하다 보니까 전투가 많이 일어났고, 그대로 쉽게 저버린 기억이 많았다”며 “AI 수법을 모방하는 것보다 제 스타일대로 판을 짜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대국 소감을 밝혔다.

이번 승리로 신진서는 대국료 1억5000만 원, 승리 수당 1억 원, 그리고 2승 부상인 고급 세단 제네시스 G90까지 받게 됐다. G90을 직접 운전할지에 대해 신진서는 “면허가 없어서 차차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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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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