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거품론 현실 된다면…1873년 금융위기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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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거품이라면 그 끝은 어떤 모습일까. 대개 1929년 대공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나온 한 책은 훨씬 이전의 연도를 짚었다. 철도 투자 거품이 시장을 침체시킨 1873년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최초로 촉발된 시점이다.

세계 대공황의 원인을 입체적으로 서술한 <금융의 제왕>으로 2010년 퓰리처상을 받은 리아콰트 아메드가 신간 <1873>에서 오늘날 AI 붐이 19세기 철도 투자 거품과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유망한 기술이라도 기대가 지나치게 커진 상태에서 수익 창출이 늦어지면 금융시장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1873>에 따르면 철도는 19세기 장기 호황을 떠받친 핵심 인프라였다. 철도 건설 열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시스템 현대화가 맞물려 자본시장이 빠르게 팽창했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의 금융자산이 25년간 세 배로 늘어날 정도였다. 정부와 철도회사가 주식, 채권을 찍어내고 금융기관이 이를 활발히 중개하며 막대한 자금이 대륙횡단철도와 같은 대형 인프라 사업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철도 투자 과열이 1873년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수익이 나기도 전에 너무 많은 돈이 쏠린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핵심 철도회사이던 노던퍼시픽의 철도 공사가 지연돼 수익 발생이 늦어지자 자금을 댄 투자은행 제이쿡이 무너졌다. 이에 뉴욕증시는 거래를 멈췄고, 위기는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번졌다. 철도 투자 부실은 이후에도 이어져 1879년에는 미국 철도채권의 절반 이상이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했다.

최근의 AI 투자 열풍도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의 모델 개선 속도 및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이 기대보다 늦어지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을 수 있다. AI 투자는 부채보다 자기자본 비중이 커 철도 투자 거품보다는 견고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AI 투자의 핵심 자산인 반도체가 철도보다 수명이 훨씬 짧아 자산 가치가 빨리 떨어진다는 점은 취약한 부분이다.

AI 투자 과열이 금융시장 충격으로 번졌을 때 이에 대응할 미국의 리더십도 예전만 못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할 때처럼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풀어 세계 시장을 떠받치는 처방을 다시 쓰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상황은 미국이 금융시장 패권을 쥐기 전인 1873년과 더욱 닮았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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