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오픈AI에 블록버스터급 소송
“전직 부사장 등 임직원 2명 포함… 미공개 제품설계-제조공정 빼돌려”
업계 “차세대 AI기기 주도권 경쟁”
오픈AI “타사 영업비밀 관심없다”

● “퇴사 뒤 기밀문서 1000쪽 내려받아”
10일(현지 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오픈AI와 오픈AI의 하드웨어 계열사인 io프로덕츠(io), 전직 애플 임직원 2명을 대상으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냈다. 오픈AI가 애플의 미공개 제품 설계와 제조공정 등을 빼돌렸다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다. 오픈AI가 애플 직원을 조직적으로 영입해 내부 비밀 유출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애플은 이번 소송의 피고에 애플의 부사장이었던 탕 탄 오픈AI 하드웨어 최고책임자(CHO)를 포함시켰다. 탄 CHO가 채용 면접에서 애플 내부 프로젝트의 암호명을 언급하며 미공개 제품 정보를 캐묻고, 지원자들에게 애플의 민감한 내부 자료 등을 가져오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오픈AI로 이직한 또 다른 전직 애플 엔지니어가 퇴사 후 1000쪽 이상의 애플 측 기술자료 등을 무단으로 내려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애플은 이를 일부 전직 애플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오픈AI의 조직적인 정보 확보 전략으로 규정했다. 애플은 소장을 통해 “기술직 직원부터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오픈AI가 애플의 영업비밀을 훔쳤다”고 주장했다.애플은 이번 소송 대상에 애플에서 아이폰을 디자인했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공동 설립한 기업 io를 포함시켰다. 애플은 “io는 오픈AI의 사실상 동일체로, 양 사가 함께 애플의 기밀 정보를 활용해 하드웨어 개발과 공급망 구축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오픈AI는 애플 주장에 대해 “우리는 다른 회사의 영업비밀에 관심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 손잡은 지 2년 만에 ‘하드웨어 주도권’ 충돌

이 때문에 이번 소송의 배경을 놓고 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AI 기기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여러 기업이 안경, 핀 등 다양한 형태로 스마트폰보다 AI를 활용하는 데 더욱 적합한 기기들을 내놓고 있다. 오픈AI가 개발하는 기기가 어떤 형태일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지만,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안경이 아닌 화면 없는 주머니형 기기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이용자가 일일이 앱을 열지 않아도 카메라나 마이크를 통해 음성으로 질문하거나 필요한 일을 맡기는 ‘AI 비서’에 가까운 구상이다. 오픈AI의 하드웨어 개발이 성공할 경우 이용자가 아이폰의 앱이나 운영체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애플은 과거에도 하드웨어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사와 소송전을 벌인 적이 있다. 2011년 삼성전자가 아이폰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장기간 소송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결국 애플의 소송 제기 이후 7년 만인 2018년 합의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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